기쁨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면서 각박한 삶 속에서 경쟁을 부추기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를 돌볼 시간조차 없이 스스로를 타이트하게 졸라매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얼마 전 아내와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함께 헬스장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씻고 준비를 마치는 데 나는 평소와 같이 10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나는 평소대로 편한 복장으로 입었는데, 아내는 나와 다르게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예뻤다. 그 순간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기다렸더니 완전 예쁜 모습으로 나타난 아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기다림이 주는 기쁨을.
생각해 보니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많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학교 가야지, 세수해야지, 양치해야지"에 이어 "양말 신어야지, 신발 신어야지, 가방 메야지" 등 이러한 기다림은 잠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왜 이렇게 느린지, 왜 빨리 못 하는지 속이 터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느낀 점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속도에 맞춰 준비를 하는 것인데, 아빠인 나 혼자서 뭐가 그렇게 조급했는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조급함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스스로가 자신들의 속도에 맞게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다. 내가 재촉한다고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나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기다리는 시간도 하나의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 러닝화를 주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배송조회를 했던 것 같다. "오늘은 오나? 이전 러닝화와의 차이점을 느껴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기다림 자체도 즐거웠다. 설렘이 있었다. 요즘은 러닝화 디자인과 색상이 예뻐서 반드시 달리기를 할 때만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일상 속에서도 많이 신는다. 기다림 끝에 받은 선물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굳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라면 평소보다 민첩한 행동과 상황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삶을 단순하고 단조롭게 세팅해 두면 그렇게 긴급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왜 그렇게 급하게 살까?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서일까, 아니면 경쟁 사회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워서일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의 성장, 부부간의 사랑, 자신의 발전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초조하고 불안한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설레고 기대되는 기다림도 있다. 그리고 평온하고 여유로운 기다림도 있다. 어떤 기다림이 될지는 결국 내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아내를 기다리면서 느낀 그 순간의 기쁨처럼,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느끼는 그 애틋함처럼, 기다림은 때로 선물을 준다. 조급함 대신 여유를, 불안함 대신 평온을, 짜증 대신 미소를. 물론 모든 기다림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정말 답답하고 힘든 기다림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다림조차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기르고, 여유를 배우고,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내가 더 성숙해지기를,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지기를. 그 기다림이 조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유롭고 설레는 기다림이기를 바란다. 기다렸더니 완전 예쁜 아내를 만났듯이, 기다림 끝에는 언제나 작은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