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일 뿐이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시험이 끝나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내 차는 없지만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고, 친구들과 당당하게 음식점에 가서 술을 시키면 어른인 줄 알았다. 그래서 어렸을 때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은 학교 수업처럼 1교시, 2교시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운전면허증도 간신히 합격하여 지갑에는 나를 갈음하는 신분증들로 채워졌다. 단순히 신분증들로 채워졌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갈구했던 자유에 따른 책임도 늘 함께 따라다녔다. 주민등록증에 쓰여있는 13자리의 숫자로는 우리 모두 어른이었다. 하지만 그건 형식적인 어른, 즉 가짜 어른일 뿐이었다.
대학 생활, 군대 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선임일지라도 그 위치만 선배지, 실상 자유만 좇으려고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물론, 이렇게 어른인 척하면서 글을 쓰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아직 미숙하지만 어른인 척하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부단히 진짜 어른이 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진짜 어른과 가짜 어른의 차이는 자유에 대한 목마름 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얼마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직업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해내는 것 또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첫 책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에도 계속 언급했지만, 10년 간 학교전담경찰관 업무를 하면서 가짜 어른, 미숙한 학부모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들 대부분은 자녀가 있음에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꾸준히 추구했으며, 아이들은 뒷전이었다. 자녀의 첫 학교폭력 가해 행위, 범죄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무관심이다. 또한, 자녀의 상습 가출과 음주 및 흡연 등 비행 행위를 인지하고도 방관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자녀가 길바닥에서 타들어가는 담배꽁초를 주워서 피우는 것을 보지 못하겠다고 담배를 손에 쥐어주며 차라리 집에서 피우라고 하는 보호자도 있으며, 아예 베란다에서 함께 흡연하는 삼촌과 조카도 있었다. 자녀의 가정 밖에서의 흡연 행위를 예방하고자 혹은 조카의 편의점 담배 절도 행위를 예방하고자 직접 담배를 사다 주고, 집에서 함께 흡연하게 하는 어른들의 행위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들의 진술이 너무나 당당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점점 논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방금 당당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뻔뻔함에 가깝다.
학교전담경찰관과 인천가정법원 위탁보호위원 업무를 하면서 많은 소년범과 그 보호자들을 만났다. 꼭 범죄를 한 자녀의 보호자만 어른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곳곳에서 만난다. 출, 퇴근길 혹은 주말 여행길에 만나는 난폭한 운전자, 시도 때도 없이 클락션을 남발하는 운전자, 상대 차량의 주행은 무시한 채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을 자유로이 활보하는 운전자 등 주민등록상은 어른이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금요일, 토요일 저녁 아내와 아이들과 외식을 하러 음식점에 가면 이미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무르익고 있는 어른들이 많다. 어른이 지인들과 자기 돈을 내고 술을 마시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자유이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버젓이 옆에 있음에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옆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욕설이 난무한 채 심지어 식당 내에서 침을 뱉는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 어른들이 있다. 그들은 그대로 밖에 나가서 식당 문 바로 앞에서 흡연을 하며 이어서 욕설을 한다. 과연 이 모습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한 어른의 모습일까.
가정 안팎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 자녀들이 커서 진짜 어른,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나는 어른으로서 잘하고 있는지. 내가 누굴 평가하고, 왈가불가할 정도로 진짜 어른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갈수록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사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에 대한 답은 없다. 너무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섣불리 상대방과 대화 소재로 삼기에도 조심스럽다.
어쨌든 현재 나의 상황은 완벽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나름 어엿한 어른인 척이라도 하고 있음에 스스로 만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