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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Jan 24. 2023

지난 10년의 채용-해고 트렌드를 회고하며 느낀 시사점

최근 Tech 회사의 대규모 layoff를 바라보며 쓴 글.

최근 Big Tech 회사들의 layoff 사태를 보며, '조용한 퇴사' '요란한 해고' 등 '현 시점의 트렌드' 관점에서만 보기 보다는, 지난 10년을 회고해보며 시사점을 찾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 Professional firm 의 전성 시대 


2005~2008년에 가장 입사 인터뷰를 까다롭게 보는 조직은 골드만삭스 등 investment banking 관련 회사들이었다. 그들은 매우 높은 급여를 오퍼하는 대신 극소수의 인재만을 선발했기에, 어쩌다 어쩌다 포지션이 뜨면, 보통 7~8 번의 인터뷰 끝에 (대부분 영어 인터뷰) 1명의 인원만을 선발하곤 했다. 보통은 최상위권 학부 출신에, 학점이 매우 높고, 검증된 인턴 경력을 보유했으면서도 영어 능통자인 (대부분 과거 영어권 국가에서 2~3년 거주한 경험을 보유한) & 프레젠스도 좋은 친구들이 선발되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채용 기준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당신이 당신 또래 중 스펙/역량이 객관적으로 가장 뛰어난 지원자인가?" 일 듯 하다. 


2. Tech 회사의 전성 시대 


2011~2014년에는 실리콘밸리에 입지한 Tech 회사 및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정말 까다로운 인터뷰 과정을 거쳐 인재를 선발했다. 당시 Tech 회사들은 1명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과제 기반 인터뷰, 실무진과의 다수 1:1 인터뷰, 타 팀과의 인터뷰, 리더십과의 인터뷰, HR 팀과의 인터뷰 등 다수 인터뷰를 intensive 하게 진행하였다. 단, '객관적으로 역량이 검증된 사람만을 보수적으로 선발하겠어' 보다는, '우리 회사의 인재상/문화와 정말 fit 한 사람만을 선발하겠어' '우리 제품 및 회사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만을 선발하겠어' 관점에서 리크루팅을 진행하였다. 당시 Tech 회사 선발 기준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우리 회사/제품에 미쳐있는가?" 일 듯 하다. 당시 Tech 회사들은 전통의 대기업 대비 1/10의 인력으로 10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소수정예 "긱"들의 군단이었다. (참고로, 이 당시에는 에버노트, 드롭박스 등 떠오르는 Tech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는 것도 정말 어려웠고, MBA 에서 해당 회사 인턴 들어갔다 하면 '어떻게? 무슨수로?' 이야기 나오던 시점이었다) 


3. 구직자의 전성 시대 


다만, 2019년 후반 즈음부터, Tech 회사를 포함하여 다수 회사들이 '채용을 상대적으로 쉽게 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넘쳐나기 시작하던 시기에, 많은 회사들이 '일단 채용하고 보자' 기조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채용 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뷰 과정은 짧아지고 축소되었으며, 급여는 높아지고, 근로 요건은 완화(?)되기 시작했다. 회사가 여러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소수 인재만을 채용하던 시기에서, 구직자가 여러 회사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옮겨가는 시대로 변모했다 (채용 인터뷰만 봐도 지원자에게 포상금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꽤 있었다) 그 무렵, 미국 Big Tech 회사들 사이에서 '조직 규모가 급 커지고, 다수 사람들이 한 꺼번에 입사하면서, Tech 회사들의 조직 문화/업무 방식이 관료제처럼 변해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회사에 Fat 이 꼈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 등장했으며, 결론적으로 조용한 퇴사(나는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한다)라는 표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4. 해고는 많은데, 채용은 잠시 멈춘 시대


그러나, 2022년 상반기부터 미국 FED 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래 산업으로 향하던 자금이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Tech 회사들의 시가총액이 한 순간에 50% 이상 빠지기 시작했고,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성장세' 중심 아닌 '성장-수익-현금 흐름 동시 달성'으로 바뀌면서, 그리고 경기침체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당장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 Big Tech 부터 대규모 감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감원 방식은 '저성과자 및 조직에 fit 하지 않은 사람들을 내보낸다'가 아닌, '특정 사업부/부서/팀 전체를 해고한다(?)' 였고, 그로 인한 혼란이 Bay Area 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 Start-up 들이 투자사의 권고를 받아 '채용 Freeze' 를 선언하며 퇴사는 많으나 채용은 거의 없는 시기가 잠시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조용한 퇴사 시대가 가고 요란한 해고 시대가 왔다 framing 한다)


최근 Big Tech 사에서 layoff 당한 분들을 보면, '어...? 왜 저 분이 나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핵심인재분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그러기에 Big Tech 사 분위기는 더 많이 뒤숭숭한 듯 하다 (어찌보면, 각 회사들이 급하게 많이 선발해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결국 회사에 소속된 개인들이 피해를 보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을 보며 아래와 같은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2016년 Big Tech 사들은 핵심 인재만으로 구성된 조직 (Netflix의 HR 문건에 잘 나타났던 것처럼)'이란 느낌이 들었다면, 2023년 layoff 이후의 Big Tech 사들은 구조조정이 있었음에도 '핵심 인재만으로 구성된 강한 팀'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과연 이들이 더 좋은 기술/제품개발에 대한 미친 열정으로 놀라운 서비스를 빠른 기간 내 출시해 나가던 과거의 분위기를 다시금 되찾을 수 있을까?"


5. 스타트업에의 시사점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에, 향후 1.5년~2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전제 하에,  Big Tech 사들이 겪는 혼선을 피해가거나, 더 빠르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 간, 대다수 스타트업들 역시 Big Tech 사와 마찬가지로 공격적 채용을 진행했을텐데, 지금이라도 1) 회사의 인재상/문화에 fit 한 핵심인재 위주로 조직으로 재정비하고 (생산성이 강한 조직), 2) 제품/서비스 개발에 더더욱 집중하는 과정에서, 성장-수익-현금흐름을 동시에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fit 한 인재들로만 구성된 조직이 뿜어내는 엄청난 실행력이 전제될 때에만,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설 수 있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 링글(Ringle)에 대한 고민 시 조직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는 것을 보면, 결국 회사가 성장하면 할수록, 팀 규모를 더 빠르게 늘려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작고 강한 팀을 만들 때만이 더 큰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길임을 스스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023년은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환점은 결국 작지만 강한 조직을 누가 빠르게 만드느냐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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