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ct 를 내기 위한 선결 요건에 대한 고찰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은, 숫자에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숫자는 사실, 그리고 진실을 담고 있다. 다만, 숫자를 바라보는 사람의 '업의 이해도'에 따라 같은 숫자가 다른 방향을 가르키기도 한다.
나는 숫자를 강조하는 분들께 종종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한다.
"숫자가 왜 필요한가요? 숫자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나요?"
보통은 "사실을 알고 싶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 이런 니드가 더 많이 생긴다. 맞는 문제 인식이다)
그 때 한 번 더 질문한다.
"그런데, 숫자 없이 업의 본질을 설명하실 수 있나요?"
"그런데 어제 유저가 무엇을 불편해 하셨는지? 왜 불편해 하셨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런데 어제 결제하신 분들의 특징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왜 그런 패턴이 형성되었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업의 본질, 유저의 제품 사용 패턴 및 그 이면의 유저의 성향/니드에 대한 경험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숫자"를 더 찾고 "숫자"를 더 보는 노력을 경주하게 되면, 그 노력은 'impact 창출'로 연결되기 보다는, "나는 일을 잘했다"는 '자기 만족'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숫자를 통해 Sub-optimal 이야 찾을 수 있겠지만, 본질적 impact 를 만들어 내지는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회사는 impact 를 내야 하고, impact 를 내기 위해서는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의 행동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유저의 변화는 페이지 하나의 변화, 버튼 순서의 변화가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링글로 예로 들자면, 유저 분들이 더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앱 구조, 기능 간 플로우, 수업 화면 등을 종합적으로 보며 판단하고, '유저는 언제 왜 공부해야 겠다는 니드를 느낄까? 그런데 그런 니드를 가진 분이 결제 후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언제 왜 수업을 멈출까? 그 멈춤의 본질적 이유는 무엇일까?' 등 유저의 심리/상황적 변화 등을 센싱하며 접근해야지, '어떤 버튼을 더 누를까?' '무엇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 등 고민은 suboptimal 은 만들어 내도 궁극의 optimal 은 만들어 내지는 못할 때가 많다. (물론, suboptimal 을 찾기 위한 노력도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하지만, 이는 optimal 한 제품 구조가 바로잡힌 이후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자산운용 회사를 빗대 설명해보면, 자산운용사의 수익률 80%는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주식과 부채의 비중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어떤 주식을 언제 샀는지? 어떤 주식을 언제 팔았는지는 자산운용사 수익율을 결정하는 10% 도 안된다고 한다. 주식의 매수/매도 타이밍은 정량적 분석에 의해 주로 결정되지만,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주식과 부채의 비중은, 글로벌 시장 내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의 성향 변화, 거시 지표의 트렌드, 소비자/공급자들의 상황 변화 및 지난 20년 간 시장 내 위의 요소들의 dynamics 등을 참고하여,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합의에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만들어 내는 결과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회사의 결정이 최고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론적으로,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숫자는, 잘못된 주관적 판단을 방지해주는 방지턱이요, 맞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게 하는 이정표일 때가 많은데,
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숫자 연관 작업은, '잘못된 유혹'으로 귀결될 때가 많음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Impact 를 만들어 내는 것"이 숫자 분석의 핵심 이유라면, 일정 시간 이상은 모니터, 키보드, 칠판 밖을 벗어나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맞다. 유저는 이미 제품을 사용하시며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clue를 여기 저기 심어 놓고 계시기에. 그 clue 들을 하나 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그리고 직접 찾아가 여쭤보며 유저-제품간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숫자를 잘 활룡하여 impact 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툴을 얼마나 더 잘 사용하는지, A/B Test 를 얼마나 많이 돌리는지 보다는, 현장을 얼마나 정확히, 그 이면까지 이해하고 있는가(결국 현장을 얼마나 더 자주 방문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ps. 업을 이해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상황에서 숫자까지 챙겨 봐 주시는 팀이 그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