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대학을 나오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결과를 내기 위해 단기 암기에 치중한 학습은 결국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다.
일례로 과거 수학 공식은 무턱대고 외웠던 것 같다 (근의 공식, 피타고라스 공식 등) 일단 문제는 풀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 공식의 의미를 알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었다. 정답만 맞추면 되니까. 중-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 중 기억에 명확하게 남아있거나, 지금 나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많지 않다.
대학교 때 전공 시험때에도, 그냥 외웠다. A 를 받아야 하니까. 덕분에 당시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남는 수업은 거의 없다.
반대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기억도 있다.
대학교 시절 AICPA 를 준비했었는데, 당시 권오상 선생님의 회계/감사 강의는 굉장히 재밌었다.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셔서, 문제를 풀 때 그 쾌감이 남달랐다. 덕분에 AICPA 시험을 합격하는 과정에서 배운 지식은, Tax 를 제외한 대부분 내용은 기억에 명확하게 남아 있고, 과거 BCG 시절, 그리고 현재 링글을 운영하면서도 그 효용을 명확히 누리고 있다. (참고로 Tax 가 잘 기억에 남지 않은 이유는, 이해가 잘 안되서 그냥 암기를 했더니, 결국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MBA 시절 수업 내용은 꽤 많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MBA 수업은 암기 중심이 아닌, 대화/토론 중심이고, 깨달음 하나를 마음과 두뇌에 새기는 수업이 많았기 때문에, 당시 상황과 기억이 명확히 남아있는 부분이 많다. 덕분에 링글을 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기억이 문신처럼 새겨져서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무럿인지 MBA 수업을 통해 배웠다)
과거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독일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암기를 했던 기억은 없다. 내가 당시 독일어가 안되어서 이해 속도가 느렸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던 선생님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독일의 교과과정 자체가 암기 보다는 대화/토론/이해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 영향도 큰 듯 하다.
위의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바가 있다면, 학습은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를 push 하는 것보다는, 이해와 배워가는 재미에 초점을 두는 '과정'을 설계하고 중시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고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험난한 경쟁의 세계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굳건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가 또는 내 자녀가 그런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면, 그럴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밟아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초-중-고 교육도 그렇다. 결국 초-중-고 교육의 핵심 중 하나는, 아이가 내 솔직한 생각을 내 진실된 언어로 정확하고 담백하게 담아 내는 역량을 키워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링글 튜터들을 보면, 다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고, 그래서 그 입과 손에서 나오는 표현이 무어보다 와닿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와 같은 역량은 많이 써보고, 많이 말해봐야 내재화 되는 능력이다. 템플릿을 외운다고, 공식을 배운다고 내 이야기가 진실되게 나오지는 않는다. 해보고, 피드백 받고, 또 해보고, 다시 리뷰해보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내재화 된 역량은 평생 따라붙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링글은 빠른 성과와 결과로 이어지는 shortcut 을 알려주는 것은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교육이라는 명확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늦어도,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한 번 이야기 해보세요. 한 번 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세요. 지금은 쉽지 않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꺼에요. 그러니, 일단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어로 해보시고, 그 노력을 멈추지는 마세요" 라 이야기 하며 10대던, 성인 분들이던 같은 맥락에서 동기부여 하고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평생 기억에 남고, 내재화 되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학습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 단기적 결과 보다는, 맞는 과정을 중시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으면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