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Aug 08. 2023

과거를 회상하며 서비스 만들기

과거를 회상하며 서비스 만들기 (과거에 내가 겪었던 아쉬움을 현재에 사는 사람들은 느끼지 않길 바라며)


Ringle을 창업하며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외부 시장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Ringle 은 내가 잘 모르는 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하여 창업을 한 것이 아닌, 내가 10대 시절부터 10~15년은 푹 담궈(?)왔던 '공부'라는 시장에 존재하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외부 research 자료를 찾아 본다던지 expert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 좋았다. 내 과거 속에 문제와 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는 교환학생 준비 및 MBA 준비 과정에서 토플 speaking 시험을 많이 봤었는데 (생각해보니, CBT/iBT 모두 봤다), 토플을 볼 때마다 아래와 같은 불만이 항상 있었다. 


'아니 왜 토플은 시험 점수만 나오고, 왜 내가 그 점수를 받았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 주지 않는가?' 

'왜 학원에 가면. 내가 발화한 내용을 분석하며 더 잘 speaking 시험을 볼 수 있는 대안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출제 가능성이 높은 기출 문제를 알려주고 템플릿을 외우라고 할까?' 


그래서 Ringle 1:1 화상영어를 창업했던 2015년 당시 성파님과 함께 아래와 같은 상상을 했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 Ringle이 AI 기반 기술이 고도화 되면, 튜터-유저 간 모든 수업 대화 기록을 AI 가 전수 점검/진단하여, 수업 중 튜터가 피드백주지 못한 부분까지도 AI 가 진단해주고, 틀린 부분 지적해주고, 맞는 표현을 제안해주고, 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까지 알려주는 엔진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점수만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닌, 해당 점수를 받은 상세한 이유를 내가 발화한 모든 영어 문장에 대한 분석 기반 객관적/통계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Ringle 팀은 2015년 창업 후 상상속에만 간직했던 진단 엔진을 2021년 A 라운드 투자 확보 직후 KAIST KIXLAB 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개발하기 시작하여, 2023년 7월 open Beta로 모든 유저 대상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유사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Ringle NLP 팀이 해당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가고 있다. 


위와 같이, 과거를 회상하며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의 하나의 장점은 '신념 및 주관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진단 엔진을 개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나름 객관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고, 또 교육학적인 이론에 근거하여 기능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진단 엔진을 만들자'는 결정 만큼은 시장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기 보다는, '영어 교육을 더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내가 발화한 모든 내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팀의 주관에 기인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과거를 회고하며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정말 즐겁다. 내가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을,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덜 경험하게 하는 여정이 의미있기도 하다. 물론, 내가 즐겁고 의미있는 만큼 회사도 빠르게 성장했으면 좋겠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었는지?'에 달린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저 분들께서 '와... 내가 상상만 했던 것을 실제 구현한 서비스가 여기 있었네' 라는 wow moment 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맞는 정보에 근거하여 커리어를 설계하고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