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한 만큼 보인다는 의미를 요즘들어 많이 깨닫고 있다.
하지만 경험했다고 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지는 참 어렵구나 느끼고 있다.
얼마 전, 8개월 된 아이와 와이프와 코엑스에 갔다.
예전에 코엑스 갈 때에는 유모차와 아이들이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니 이번에는 유모차와 아이와 동행한 부모들만 눈에 들어왔다.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되보니, 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혼자 잠시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과거 애가 없던 시절에는,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에 탄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울지 않게 잘 care 해줬으면 좋겠다....' 는 마음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저 부모님들 진짜 고생 많으시다. 얼마나 노심초사할까. 짐이라도 꺼내는 것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니, 아이와 동승한 승객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 인턴 분들이나 주니어 분들을 보면, 예전 나의 인턴 시절 및 주니어 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지금의 나는 일하는 현장이 매우 익숙하고, 어찌보면 굉장히 무뎌졌는데, 나의 과거 인턴 시절 및 주니어 시절을 상기해보면, 하루하루가 다사다난했고, 하루하루가 버거웠고, 또 뭔가 하고 싶었던 말이 정말 많은데 어떻게 해야하지 모르겠어서, 때로는 말했다가 실수하고, 그래서 인턴 동료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그 시절 가장 고마웠던 상사는 먼저 질문해주고, 잘 들어주고, 침착하게 피드백 해주셨던 분들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정작 주니어 분들 또는 인턴 분들께, 과거 내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상사분들처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반성이 들 때가 많다.
예전에 MBA 수업에서, 과거 링크드인 CEO Jeff Weiner 가 compassion management 를 강조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를 강조했던 적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매우 어려운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며 경청하고 말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 수양을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메세지였다.
나이가 40대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이 많아진 지금, 언젠가는 compassion management 에서 배웠던 그런 리더가 되어보고 싶다. 지금은 70명 조직 align 시키는 것도 허덕허덕하고, 내야하는 제품/성과를 동시에 만들어 내는 것에 몰입하다 보니, 순간 순간 사람을 놓칠때가 있는데, 언젠가는 사람마저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