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창업 후 5년 이상 서비스를 운영 중인 동료 창업가 분들과 이따금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공감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5년 이상 해보니, 왜 내가 속한 산업이 어려운 업인지 이해가 된다. 그래도 문제해결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창업을 했고 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처음에는 5년 정도 보고 들어왔는데, 알고보니 10~15년 계획이 필요한 업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전반전을 힘겹게 but 의미있게 버텨왔으니, 후반전은 더 잘해보고 싶다' 였다.
나도 영어 교육업을 해보니, 이 업에서 빠른 성장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이유들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1. 서비스 표준화가 어렵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업은, 튜터에 따라, 또는 같은 튜터더라도 상황에 따라 서비스 Quality 에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표준화가 어려운 점이 나중에는 이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초반에는 빠른 성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부담이 된다.
2. 가격 탄력성이 적고, 마진 구조가 박하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업은, 인건비 부분이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더불어, 마진이 박하기 때문에, 고정비를 타이트하게 통제하는 해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인데, 관리 포인트가 많아서 고정비를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것 자체가 큰 챌린지이다.
3. 업이 spoil 되어 있다.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아이패드/아이팟 등 사은품을 내걸로 첫결제를 유도하는 업체들도 많다. 그래서 사업 초반, 제품 경쟁력도 불완전하고 자본이 부족한 시기에는, 제품력만으로 유저를 획득하기 특히 어려운 시장이다.
4.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업이다.
공부는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 보다는 하기 싫지만 필요에 의해 억지로 하는 영역에 가깝다. 더 하고 싶은데 절제해야 하는 미디어/게임/콘텐트 업이나, 필수재 (매일 매일 이용할 수밖에 없는)에 가까운 유통/금융업 대비 '중도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 유저를 결제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유저를 지속 이용하고 재결제 하게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업이어서, 초반 성장에 비효율이 따른다. (J 커브 성장은 쉽지 않다)
5.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실패 경험이 있다.
과거 전화영어에 투자를 안해 본 투자사가 거의 없다. 그리고, 투자자 대부분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였다. 에듀테크 업 전반이 그렇기도 하다. 투자해서 손해본 기억이 많은 업이다. 그래서, 필요한 적정 자본을 적시에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업이다.
6.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
잘하는 인재가 있어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데, 에듀테크업은 우수한 인재가 관심을 덜 가지는 업이었다. 최근에는 COVID-19 시절 비대면 교육의 일시적 반응 및 chatGPT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무관심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scale-up 이 빠른 업 대비 좋은 인재가 몰려들지는 않는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면서도 링글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미처 잘 몰랐지만, 알고보니 내 마음속에 '문제해결을 통해 꼭 좋은 교육을 만들고 싶고, 언젠가는 진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와 '이 악물고 15년은 버틸 수 있는 각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구나 싶다.
그리고, 8년 하다 보니, 1) 자산 (튜터 자산, 유저 자산, 기술/데이터 자산, 콘텐트 자산)을 활용한, 주력 상품인 1:1 영어의 마진 구조가 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2) 그 동안 축적된 데이터/기술을 활용하여 scale-up 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안, 3) 표준화하기 어려워 업을 지배하기 어렵다는 1:1 영어 업에서도, 진짜 좋은 제품/서비스 경험 만들어서 업을 독과점 할 수 있는 시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무모하지만 조금은 더 가능성이 보이는 각오, 4) 성인 뿐 아니라 10대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1개 제품이 아닌 2개 제품으로 scale-up 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제품구조 확보 등등, 힒듬에 crack 을 낼 수 있는 방도가 보이기도 했다.
다만,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흘러, 위의 대안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실행하여 시간의 덫에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느냐가, 팀이 더 높고 넓은 곳으로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듯 하다.
10~15년 이후 회고를 했을 때, 진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서, 진짜 좋은 서비스, 글로벌 유저, 더 높은 곳으로의 성장을 만들어 냈는지 솔직하게 공유해 보고 싶다. 그렇게 계속 버틸 수 있길, 그리고 더디지만 한 걸은 한 걸음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길, 그 과정에서 더 낮은 자세로 더 겸허히 유저의 피드백을 수용하며 더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하는 DNA 를 갖추길 희망한다.
창업 8년차, 화이팅.
ps. 성공한 연예인 분들이 보통 '20년 간 진짜 고생했어요'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던데, 어떤 업이나 최소 10년, 평균 20년은 버텨야 어느정도 성공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