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
얼마 전 MBB 중 B가 아닌 회사에 입사한 Ringle Tutor와 실리콘밸리 모처에서 식사를 했다.
본인에게 해줄 수 있는 Advice 가 있는지 해서, 1) 하나는 기회가 되면 서올오피스에 가서 꼭 일해봐라 (서울은 컨설턴트들이 가장 일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지만, client 를 근거리에서 보며 일을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에 있다고 Apple, Google 과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서울에 있으면 그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회사들과 일할 수 있다) 였고, 2) 또 하나는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나 역시 입사 후 초반 1~2년은 '6개월~1년 승진 더 빨리 하고 싶어서 ' 평가에 집착하며 살았었는데, 운 좋게(?) 매번 다른 산업의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매번 다른 파트너님들과 일을 하게 되어, 최고의 평가는 초반 1~2년에 받아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매번 다른 산업, 다른 파트너님들과 일을 했었던 경험 덕분에, 그 다음 1~2년은 누구와 만나도 평타는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도 다양한 산업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붙어서, 더 재밌는 3~4년 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 고생하는 후배들을 보면 '왜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지?' 라는 생각 보다는 '나도 매번 새로움을 마주하는 시간이 힘들었는데, 저 친구도 힘들겠다. 밥이라도 사야지' 라 생각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자칫 교만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역시, 나 쫌 잘하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었던 환경에서 (매번 새로운 주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첫 번째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여는 하는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본질적으로 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배우며 '노력의 가치'를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덕분에 나는 BCG 6년 동안 정말 많은 분들과 일해볼 수 있었고, 지금도 그 많은 분들과 '과거에 협업했던 기억'을 반찬 삼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실리콘밸리에서 대졸 신입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Ringle 튜터였던 친구에게 '첫 1~2년은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조언을 건넸다.
"평가에 연연하게 되면, 내가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하고, 나에게 평가 잘주는 사람과 반복적으로 일하려고 하고, 내 평가만 신경쓰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신경쓰지 못한다. 그러면, 자만/교만에 빠진 시니어가 될 확률이 높다.
주니어 때에는 다양한 산업 프로젝트 해보고, 다양한 파트너/팀장/팀과 일해보는 것이 더 좋다. 최고의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그 때 다양한 사람/산업을 경험해야 '입체적 관점'에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창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1~2년 차에 1점 받는 것보다는 3~4년 차에 1점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에게 respect 받는 사람 되는 것이 더 좋다.
첫 1~2년은 평가에 연연하지 말되, 피드백에 귀 기울이고 무엇을 더 바꾸고 잘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봐라. 평가에 연연하면 피드백을 부정하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저는 못하지 않았어요! 저는 정말 잘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해요!) 그건 단기 성과를 위해 내 가치를 파괴하는 일이다. 평가자를 존중하고, 그 분이 준 피드백에 귀기울이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힘쓰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좋은 평가를 진심으로 받을 수 있는 멋진 컨설턴트가 될 수 있고, 회사를 나와도 그 인연을 이어나가며 끊임없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 친구도 요즘 주변 동기들이 1점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도 하고, 선배들은 '1점 받는 법' 위주로 조언을 주고 있었는데, 본인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정말 필요한 타이밍에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비단 컨설팅 뿐 아니라 모든 업의 입사 1~2년 차의 가장 어렵고 험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께도 적용되는 조언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눈에 띄고 잘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초중고대학교 험난한 과정을 버텨온 이유가 첫 직장 첫 보스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너무 가치가 크고 잠재력이 대단하다. 처음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지 못함에 스트레스 받기 보다는, 내가 일을 통해 세상에 의미있는 메세지를 던지고 기여를 하는 리더가 되는 첫 과정이라 생각하고,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 많이 피드백 받고 더 많이 변화하는 주니어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나는 어쩌다보니 매번 새로운 산업/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주니어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나도 주니어때는 한 인더스트리만 보고 한 사람에게만 평가받으며 빨리 1점 받고 싶었다. 그게 안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던 것이 초반에는 원망스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주니어 시절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당시 만났던 시니어분들은 익숙한 어쏘가 아닌 새로운 어쏘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기꺼이 시간을 더 써 주시고 1점 보다 더 가치있는 2점을 주며 '진짜 value 를 만들어 내는 컨설턴트로 성장하기 위한 피드백'을 몇 시간에 걸쳐 설명해 주었는데, 연차가 올라가면 갈수록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J 커브를 그린다) 그 때 받았던 조언이 지금 내 링크드인에 기록되어 지는 인사이트(?)의 상당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니어 시절 많이 만나며 서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인연들이 지금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에 힘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