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가에 집착하지 말자는 글을 쓰긴 했지만 (첫 취업 후 1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평가에 집착하지 않은 편이 더 좋다고 느낀다), 주니어 시절 나는 평가에 집착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1점을 받지 못할 때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1점이 최고의 평가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팀장님/이사님에겐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good to great 할 수 있을까요? (2점에서 1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질문했었다.
그 때 들었던 조언들 중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조언들이 있다.
1. 다양한 관점에서 보자. (일을 3가지 관점에서 보자)
"시장 모듈을 맡았다 해서, 시장의 관점에서만 일을 하면 안된다. 공급자 모듈, 경쟁사 모듈의 관점을 이해하고 그 관점에서 시장을 봐야 한다. 1차원에서 보면 점인데, 3차원으로 보면 입체이듯이, 문제는 입체적으로 봐야 그 본질이 보인다.
본질을 꿰뚫는 인사이트의 '가능성'을 보여야 1점을 받을 수 있는데, 그 핵심은 여러 관점에서 내 모듈을 바라보는 것에 있다. 그 점이 아쉬웠으니, 다음에는 꼭 입체적 관점을 통해 네 모듈에서 시장의 본질을 보여달라"
2. 동료의 일까지 파악하자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보기 위해서는, 팀 미팅 때 다른 사람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그냥 '저 사람은 저 일을 하는 구나. 결과물을 잘 내고 있구나'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의 모듈의 이슈는 이것이구나. 그래서 이런 가설을 가지고 이렇게 풀어내고 있구나. 그런데, 내가 인터뷰한 내용 중 저 친구의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네? 그러면 이따가 전달해줘야겠다' 등등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또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로 듣는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잘 듣는 사람의 결과물에는, 그 결과물에 많은 사람의 고민이 담겨 있다.
입체적으로 프로젝트를 보는 것의 시작은, 동료의 일에 적극적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미팅 때 잘 듣자!! (네가 어떻게 더 잘 이야기 할지만 고민하지 말곳!!! ㅠㅠ)"
3. 킬러 슬라이드를 만들자.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고 빼야 한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내가 일한 것을 장표에 하나라도 더 넣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그래서 다 넣으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정말 잘해야 2점이다. 1점이 되려면, 빼고 빼서 핵심만 담아야 한다.
내가 찾아낸 핵심 정보와 시사점을 장표에서 빼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다. 그런데, 듣는 사람은 너무 많은 정보를 마주하게 되면 안보고 안듣는 것이 진실이다. 내가 열심히 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일이 아니다. 보는 사람이 생각하게 만들고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일이다.
그래서, 빼고 빼라. 네가 생각하기에 진짜 중요한 것만 남기고, 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해라. 그렇게 해서 벙벙해 보이는 슬라이드가 나왔는데, CEO 가 눈여겨 보는 장표가 만들면, 1점 슬라이드를 만드는 컨설턴트가 된 것이다"
4. 너무 혼자 다하려 하지 말자. 나를 더 빨리 찾아와서 함께 더 나은 것을 만들자. 1점은 혼자 받는 점수가 아닌, 나와 함께 받는 점수이다.
"혼자 힘으로 다 하려고 하지 말자. 팀장은 조금 나중에 찾아와서 95점 짜리를 드리미는 컨설턴트 보다는, 더 빨리 찾아와서 80점 짜리 보여주고, input 받아서 120점 짜리 만들어 오는 컨설턴트를 선호한다.
팀장의 input 을 받아 만든 슬라이드는 팀장이 만든 슬라이드가 아닌 팀원이 만든 슬라이드이다. 내 것을 희석시킨다고 생각하지 말고, 네 인사이트와 팀의 맥락을 더해 가장 필요한 장표를 만든다고 생각해라.
더 빨리 찾아와서, 나의 고민도 좀 들어주고, 함께 논의하며,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함께' 만들자. 2점은 혼자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점수고, 1점은 함께여야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점수이다.
5. 조급해하지 말자. 길게 보자. 지금은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 그 의미를 알 것이다.
"1점을 받으려고 하는 욕심,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1점에 너무 집착하면, 주변에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못보고 놓칠 수 있다.
Client 분들이 하는 말을 더 경청하고, 그 분들과 밥 한 번 더 먹고, 그 분들의 고민도 들어보고 & 다른 팀장/다른 산업 프로젝트 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쌓고 하는 것이 지금 당장 1점 받는 것보다 더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경험이다.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1점짜리가 빨리 되는 것보다는 여러 산업/사람에게 2점을 받다가, 나중에 1점 받는 것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평가에 집착하기 보다는, 네가 이 시기에 여기에 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을 더 배우고, 더 다양한 피드백 받고 성장하는데 꼭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첫 회사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크나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Ringle 팀에게 그 순간에는 속상할 수 있지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니어로 더 성장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