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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Feb 01. 2024

"조금 더 이야기 해 주세요"(노력/경력/업력의 관계)

"조금 더 이야기 해 주세요" (노력, 경력, 업력의 상관관계) 


예전 회사에서 인상적인 시니어 분들이 있었다. 공통점은 1) 경청하고, 2) 시사점을 뽑아내는 능력이 훌륭했던 분들이다.


내가 있었던 회사에서 주니어들은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 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주니어때는 시사점을 잘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렵다. 사실이나 분석 결과를 이야기 할 수는 있어도, so what? 을 멋지게 이야기 하는 것은 경험이 붙어야가능한 일이다.


다만, 보통의 시니어들은 주니어가 본인이 일한 것을 쭉 이야기 할 때, '그래서? 결론은?' 이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 없는데 핵심만 빨리 빨리 이야기 하고, 결론짓고 다시 돌아가서 일하자' 느낌이었다.


그런데, 진짜 잘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말을 끊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나 조차도 '아이고, 저 분... 너무 정보만 이야기 하시네. 어떤 이야기 하고 싶은거지? 약간 답답하다' 생각하고 있을 때, 잘하는 시니어 분들은 오히려 "XX 님, 조금 더 이야기 해주세요"라 이야기 하며, 그 사람이 더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나중에 1:1 면담 자리에서 물어본 적이 있다. "파트너님(이사님), 그 때 왜 시사점 이야기 하라 이야기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더 이야기 해보라고 질문하시며 더 들으신 것이었어요?"


그 때 해주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승훈님, 물론 시사점 가지고 오면 좋지. 그런데, 진짜 시사점은 많은 맥락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정확하 뽑아낼 수 있는 것인데, 이 팀에서 그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이고, 그래서 시사점을 뽑아 내는 것은 내 역할이고 내 책임이에요. 회의에서 내가 집중하는 것은, 팀장/이사가 이야기 할 때에야 가지고 온 시사점이 맞는 포인트인지 위주로 보지만, 주니어가 이야기 할 때 집중하는 것은, '저 친구가 맞는 시사점을 이야기하고 있나?보다는 저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시사점을 더 뽑아낼 수 있을까?' 입니다. 


그 때 그 주니어분의 발언은 덜 구조화 되어 있고, 덜 정리되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다 내가 모르던 내용들이었어요. 내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는 친구였기 때문에 '더 이야기 해 봐라' 독려한 것이었고, 그 친구 이야기 때문에 저는 1~2개 시사점을 뽑아서 client 에게 이야기 할 수 있었어요.


승훈님도 미팅 때, 뭔가 판단하려고 하기 보다는, 일단 자세히 들으려고 노력해 봐요. 그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위의 이야기를 해준 파트너님(이사님) 말고도, 예전에 팀이 정리를 잘 못해가도, 미팅 때 열심히 경청하고 질문한 이후, 미팅 마지막에 스토리를 진짜 멋지게 정리해 주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도 "왜 나에게 이렇게밖에 말을 못하나?" 보다는 "더 이야기 해 주세요. 그 부분을 증명할만한 분석이 혹시 있나요? 오... 좋은데? 다른 내용 더 이야기 해주세요" 하며 팀이 더 이야기 하는 것을 독려하였다.


결론적으로, 내가 과거에 봤던 일 잘하는 시니어 분들은 '노력이 경력/업력을 만든 사람들'이었다. 업력/경력이 뛰어남에도, 업력/경력에 의지하기 보다는 더 노력해서 더 창의적인 것 더 뛰어난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이었다.


그 분들의 공통 언어 습관이었던 "조금 더 이야기 해 주세요", 나는 솔직히 실천하고 있지 못한데,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말하는 사람이 더 편하게 더 많이 더 솔직하게 터놓게 할 수 있는 시니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이후 함께 정리하면서 "저 사람과 대화하면 내가 했던 일이 더 빛을 보게 돼. 미팅할 때마다 항상 배워" 라는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시니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알겠는데, 왜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지... 그래도 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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