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짜리 아이를 보며 자주 하는 생각은 '나중에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본격적인 비교가 시작되어도) 아이의 미래를 내가 결정하지 말자' 이다.
그리고,
질문하고, 경청하고, 대화하며, 스스로 결정내릴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
자유를 주되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게 하자.
호기심을 길러주자.
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래와 같은 경험들이 위의 생각들을 가지게 했다,
우선 MBA에서 공부하며 '호기심이 있다는 것'의 힘을 정말 많이 느꼈다.
사실 내가 경험한 한국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이 많지는 않았다. 호기심은 내가 무엇인가에 관심이 생기고, 탐색할 수 있는 여유/힘이 있을 때 발현되는 것인데, 많은 한국 학생들은 어렸을 때에 '호기심 기반 학습' 보다는 '해야만 해야 하는 것을 잘 해내야 하는 학습'에 찌들어(?) 있어서 그런지,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호기심은 사치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ㅠㅠ) 결론적으로, MBA 수업에서 매 수업마다 엄청난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온 동기들은 그 수업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갔는데, '나 이 케이스 대충 알아' 라는 생각을 하고 수업에 임했던 나름 경력 좋았던 친구들은, 수업에서 배워가는 것이 별로 없는 듯했고, 졸업할 때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친구들 대비 지식/역량 모두 뒤쳐지게 되었던 듯하다.
그리고, 질문하고 대화하며 결정하는 힘은, MBA 수업에서도, 그리고 Ringle 튜터들과 대화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MBA 수업에서는 누가 더 많이 알고 들어오느냐? 보다는 누가 더 좋은 질문은 던져서 더 많은 지식/경험을 끌어내느냐?가 수업의 performance 를 결정하는 핵심이었다. 그래서, 답변을 잘하는 사람 만큼이나,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큰 존중을 받았다. 링글 튜터들과 가끔 만나서 대화할 때에도, '이 친구들 질문 정말 잘한다. 내 지식/경험을 흡수해가네. 이런것까지 말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질문을 참 잘했다. 그 과정에서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암기를 잘하고 요약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질문을 잘해서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본인 지식화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특히나 생성형 AI 시대에는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직/간접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특히나, 아직 초등학년 밖에 안된 아이들에게 '의사'를 강요하는 것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이의 확장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한다.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은 전부 내 인생에 투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이 (부모로서의 역할도, 배우자로서 역할도 최선을 다하고), 아이에게 자유를 주는 단 하나의 열쇠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직은 나도 초보 부모여서,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를 과연 실행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고, 초보 부모니까 하는 철없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다만, 창업을 시작하며 약 10년 간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실행하며 살아왔다. 아이 교육도 쉽지 않겠지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은 방향으로 실행하며 해보고 싶다. 그게 가정이 가진 교육의 본질적 역햘이 아닐까 싶다. (학원이 자녀 교육을 위탁받는 것이 아닌, 가정에서 호기심 있고, 스스로 결정내릴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는 자녀로 성장시키는 핵심 교육의 역할을 하는것)
꼭 그렇게 될 수 있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