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look back 해보는 의미에서 생각날 때 마다 잘했다고 생각한 부분과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한 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올 해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한 부분 중 하나는, 인력 충원 없이 5~10배 (지표에 따라 5배인 지표도 있고, 10배인 지표도..) 성장을 어떻게든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올 초 유명한 사업가 줄신의 투자자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분 사무실에서 링글에 대해 설명드렸다. 투자자 분께서 당시 해주셨던 뼈아픈 조언 중 하나는..
투자자: 승훈님은 소수정예 팀을 지향한다고 하셨죠? 그런데 제가 보기 지금 링글 팀은 너무 많아요. 6명 정도가 적당한데, 벌써 10명이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승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필요한 사람을 뽑다보니 팀이 제가 계획했던 것 대비 커졌습니다.
투자자: 그렇다면 왜 줄이지 않았죠? 팀이 크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팀을 resize 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건, 공동창업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해당 미팅 후, 스스로를 많이 돌이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팀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창업가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등등에 대하여.
결국, 핵심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는 친구들과 다짐한 것은 “적어도 5배 성장을 할 때 까지는 이 인력 그대로 간다. 뽑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다면, replace 해야한다” 였다.
그렇게 지금까지 (약 11개월 간) 추가 인력 충원 없이 팀을 유지했고, 4~6월에 시행착오를 경험하긴 했지만 결국 올 한 해 목표했던 5~10배 성장을 꾸역꾸역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배운 인사이트가 하나 있다면, “소수정예팀의 시작은, 소수에서 시작한다” 였다. 즉 "애초에 정예 멤버만을 선발하여 소수로 운영한다"가 아닌 "소수의 멤버가 정예가 되어가며 소수정예를 만든다" 였다.
사실, 기존 인력만으로 5~10배 성장을 버텨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성장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지고, 문제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 인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일의 50% 이상이 자동화 되었고 (자동화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었다), 핵심지표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잡혀 갔으며, 미팅은 점차 짧아지고 기록화 되며 실행으로 이어지는 빈도는 높아졌고, 공회전이 돌던 부분들이 점차 사라지고, 결국 링글팀은 정예화 된 사람들 (또는 정예가 되고 싶어하는 근성있는 팀원들) 로 변화해가고 있다.
한 예로, 링글은 체험고객은 공동창업팀이 응대하고, 첫 번째 결제를 진행하신 분들은 대부분 직접 찾아뵙고 면대면 미팅을 통해 이용법을 설명드리며 engagement 를 만들어내고 있다. 체험자수가 설령 10배가 되고, 첫 결제자 분들이 증가해도, ‘체험자에 대한 링글팀의 상세 응대, 첫 결제자와의 면대면 미팅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링글팀의 기조이고 정신이다. 고객과의 면대면 미팅이,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이해를 한 층 더 심화시키고, 고객분의 불편사항이 바로 링글팀에 들어오는 채널화 되기 때문이다. 고객분과의 면대면 미팅만큼,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동일 시간에 10배 많은 사람을 응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문제해결을 해야한다. 한 시간에 한 사람이 아닌 5~10명을 동시에 & 효과적으로 만나야 할 수도 있고, 한 사람 당 미팅 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고, 미팅을 위한 이동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고객팀과 개발팀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객이 10배가 되어도, 100배가 되어도, 고객을 만나는 접점을 유지하자), 효율적 프로세스, 자동화 된 시스템, 멀티미디어화 된 인프라 뿐 아니라 정예화 된 인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해결력과 고객대응력이 한층 진화된, 발과 손이 더 민첩한 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고객분들과의 면대면 미팅에서 링글의 대다수 B2B 프로젝트가 나왔다는 사실이고, 고객대응팀은 고객관리 & 사업개발팀으로 진화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팀의 Scope 은 확대되었지만, 이를 커버하는 인력들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물론 지금까지는 기존 인력의 정예화 &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버텨나갈 수 있었지만, 이젠 확실한 임계치에 왔기에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보니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impact 가 바로 나올 수 있는지를 상세히 그려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인력을 충원한다기 보다는, 우리가 필요한 역할에 대한 최적 적임자를 찾고 있다)
아무쪼록, 2019년에도 10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팀원은 현 10명에서 추가 충원이 있겠지만 20명 이내로 유지하려고 한다. 소수의 인력이 더 빠른 성장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든 멤버가 정예화되는 팀을 꿈꾼다.
계속 정리해봐야겠다. 2018년 잘했다고 생각한 일, 그리고 아쉬웠던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