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스탠포드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탠포드 역시 실리콘밸리가 없었으면 지금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스탠포드와 실리콘밸리의 끊임없는 소통/교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탠포드 MBA 에 입학했을 때, 스탠포드에서 오랜 시간 보내다 오시 분이 해주신 말씀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스탠포드 출신의 자부심인가?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2년을 생활하며, 그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스탠포드는 실리콘밸리 수장들과 미래의 주역들 간 끊임없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실리콘밸리의 영혼이 새로운 세대에게 대화를 통한 수평적 방식으로 전해지는 공간이었다.
나는 MBA 시절 8명 정원의 수업을 들은적이 있다.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매주 3회 씩 (회당 3시간), 2주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Small Group Seminar 라 불리었다)
6회 수업 중 두 번째 수업에, Guest로 참여하신 여성 분께서 본인 소개를 하시는데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인텔에 1987년 PM 으로 입사해서, 얼마전까지 president 역할을 담당했던 Renée James 입니다. 작년에도 이 수업에 초대받아 왔었어요. 저는 당시 소수의 학생들과 격 없이 반도체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래서 또 왔어요! ㅎㅎ
오.. 마이… 고작 8명 정원의 수업에 인텔의 ex-President 가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덕분에, 나는 Intel이 한국/중국/대만의 반도체 제조사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시아 업체 대비 Intel 만이 가지는 진짜 차별점이 무엇인지 & 차이를 만들어내는 본질적 힘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깊이 물어볼 수 있었고, 그 분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더 좋았던 것은, 6명 중 한 명의 친구의 경우 아버님이 반도체 산업에 30년 이상 engineer 로 종사한 분이셨는데, 아버님께서도 수업에 초청받으셔서, Renée James 와도 생각을 나누시고, 학생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을 share 해주셨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뜻깊은 소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Spiritual meaning at work 라는 수업을 들은적이 있다. 종교학에 깊은 조예를 가지신 스탠포드 로스쿨 학장 출신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15명 정원의 수업이었다. 수업의 이름 때문인지, MBA 생들 뿐 아니라 MSX (10년 이상 경력을 지난 분들이 1년 동안 이수하는 기술석사 과정), 평생 교육 과정 (30년 이상 경력 가지신 분들이 스탠포드에서 듣고 싶은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과정) 분들이 조화롭게 모인 수업이었다. 매주 목요일, 3시간 씩 수업이 진행되었다.
나는 15명 정원 수업이었다는 점, 그리고 다소 인문학적 주제의 수업이었다는 점에서, 유명한 Guest Speaker 가 동석할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15명끼리 책을 읽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Value 인 수업 정도로 기대했다.
그런데 매주 guest speaker 들이 초대될 때 마다 매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Adobe 의 co-founder Charles Geschke 는 크리스챤 리더십에 대해, Linked In 의 CEO Jeff Weiner 는 “Compassion management & Buddism” 에 대해, Jet Blue 의 Chairman 였던 Joel Peterson 는 몰몬교와 그의 경영 방식에 대해, 각자 3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하며 많은 경험을 전해주었다. 고작 15명 정원의 소형 수업에 실리콘밸리의 대가들이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참여하였으며, 그들의 종교관 & 리더십에 대해 질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던 것이다.
특히 Jeff Weiner 가 방문했던 수업에서, 수업 종료 직전에 “당신은 언제 행복하다 느낍니까?” 라고 질문했었는데,
저는 아침에 회사가는 길이 즐겁고, 저녁에 집에 가는 길이 설레일 때마다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모든 직원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그의 대답은 내 인생의 “행복"의 정의가 되었다. 3시간의 수업을 통해, 향후 50년 간을 함께할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Google 의 CEO 인 에릭 슈미트는 스타트업 수업을, 전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역시 정치-경제 수업을, 벤치마크 캐피탈의 파트너였던 Andrew S. Rachleff 는 VC 관련 수업을 직접 리드하며, 그들의 경험을 농축하여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20~60명 정원의 수업에, Airbnb CPO & Co-founder 였던 Joe Gebbia, Snapchat 의 founder Evan Spiegel, Dropbox 의 founder 였던 Drew Houston, 전 Bain & Company Chairman 이자 E-bay CEO 였던 John Donahoe 등등 수업에 참여하여, 2시간 이상 강도높은 소통을 하고 돌아갔다.
특히 나는 수업 후 개인적으로 Joe Gebbia 에게 Ringle 에 대해 짧지만 매우 소중한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크게 보면 Ringle 은 Airbnb 와 비슷할 수 있겠네요. 공유경제이고, Scale up 하기 굉장히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점이 비슷해요. 그리고 고객 100명 모으는데 1년이 걸린것도 똑같네요. 저희가 그랬던 것 처럼, Ringle도 고객 1,000명을 모으는 과정이 진짜 어렵고 험난할꺼에요.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 10번 이상 들꺼에요. 그런데, 그 때 마다 내가 왜 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지 생각하세요. 그리고, 고객이 1,000명이 될 때 까지는 고객과 함께 있으세요. 그래서 졸업 후 서울로 돌아가셔서, 고객과 소통하며 1,000명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Product Quality 와 Team 을 구현하세요. 그 이후에, 더 큰 그림을 가지고 실리콘밸리로 오세요. 2 년 뒤 더 높은 곳에서 봅시다
더불어, 수업에서의 소통의 끝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7~8명 그룹을 만들어서 Guest Speaker 에게 메일을 보내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을 이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몇 몇 친구들은 그 회사에 취업을 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스탠포드 수업은, 실리콘밸리의 영혼을 만들고 있는 창업가들과 미래의 주역들이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 교감하는 공간이었다.
사실 Ringle 을 통해서도 스탠포드 학생들의 라이프 및 학생-창업자 간 소통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Ringle 은 현재 하버드 재학생들이 Tutor 의 8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Stanford 학부생들과 함께 시작했었다. 다만, 스탠포드 학생드의 경우, 1:1 영어 Tutoring 을 할 영혼과 라이프를 지니지 못했기에, 튜터 Pool 을 스탠포드에서 하버드로 옮긴 것이었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많은 학생들이,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내기 위해 CS (Computer Science: 컴퓨터 공학부)를 전공하며, 코딩을 익혀 나간다. 동시에, 그들은 수업 시간에 다양한 창업자들과 소통 & 교감하며 “사업가” 로서의 꿈을 키워 나간다.
그 와중에, 유명한 angel investor 들이나 투자자, 또는 창업가들이 좋은 사업 아이템이 생각나면, 수업 시간에 교류한 경험이 있는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연락하여, 약 $10,000 의 씨드머니는 손에 쥐어주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부탁한다. 그렇게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고 test 를 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법인을 설립하고 팀을 키워서 서비스를 고도화 시키고, 아니다 싶으면 fast fail 로 빠르게 서비스를 접는다.
스탠포드 학생들에겐 창업이 곧 공부요, 아르바이트요, 삶이요, 미래인 것이었다. Stanford CS 수업을 어느정도 듣고, 코딩을 어느정도 할 수 있으면, 1) 직접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도, 2)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서비스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허락되었다. 그리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 찾아가 고민을 나누고 함께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Ringle은 스탠포드 학생들을 Tutor 로 많이 포섭하지는 못하였다 (Tutoring 은 하버드 학생들처럼, 성실하고, 경력개발에 관심이 많고, 경쟁심강하고, Teaching 을 통한 사회기여 등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잘 한다). 그래도 이 곳 학생들의 라이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왜 실리콘밸리에 끊임없는 젊은 피들이 수혈되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핵심은, 끊임없는 수평적 소통과 교감이었다. Value 를 줄 수 있는 곳이라면, 6명, 15명 수업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주는 실리콘밸리의 주역들과, 그들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가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고 협업을 청하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소통 & 교감속에서, 실리콘밸리의 영혼이 더 젊은 세대에게 끊임없이 주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6개월 전 모교에 다녀왔는데, 대기업 회장님이 방문하는 수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200명 이상은 차 있어야 하고, 몇 명의 학생들에게 “질문 리스트”를 미리 전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이야기가 굉장히 안타깝게 들렸던 것은, 스탠포드에서의 소통을 경험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요즘 후배들에게 노래처럼 부르고 다니는 말이 있다.
“나는 Ringle 이 글로벌한 회사로 성장한다면, 굉장히 큰 1층 짜리 건물의 한국지사를 대전 카이스트 부근에 세우고, 자주 카이스트에 방문하여 그 친구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스탠포드에서 2년 간 있으며 배운 사실 중 하나는, 혁신적인 IT 회사로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 부근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제주도는 참 좋은 환경이지만, 아쉽게 세계적 대학이 들어와있지는 못하다. 반면 대전은 카이스트라는 세계적인 대학교가 있다.
더불어, 도시적 문화가 너무 강하면 안된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도시에는 사람이 만든 인위적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영화, 음악, 술 등등.. 하지만 인류를 이롭게하기 위한 순수한 대화와 소통은 도시적 요소가 강한 곳 보다는 자연적 요소가 어우러진 곳에서 진행되는 듯 하다. 서울 외곽에 바람쐬러 나갔을 때의 대화와, 강남 한 복판에서의 대화가 다른 것 처럼. 실리콘밸리가 뉴욕이 아닌 팔로알토/산호세에서 시작된 것은 단지 우연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서울보다는 대전에 마음이 많이 간다.
Anyway...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대학생들이 졸업할 때 까지 손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입학해서 4년 동안 혁신적 생각을 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가들은 끊임없이 학교에 찾아가서 수평적 소통을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이 하나의 문화과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언젠간, 대한민국에도 실리콘밸리-스탠포드 이상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 &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것이 미래에 Ringle 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이다. 그리고, 카이스트가 대전에 있음을 매우 감사해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