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회사 재직 시절에는 프로젝트 시작 시점에 Master Survey 를 종종 돌렸었다.
2004년 베인에서 RA 했을 때에도, 2008년 BCG 에서 Asso 로 일할 때에도, Survey 는 가설에 대한 답을 찾을 때 매직 솔루션 중 하나였다. 2만 명 이상의 표본 대상으로 핵심가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촘촘히 설계된 50개 이상의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는,질문을 설계할 때에도, 숫자를 분석할 때에도 늘 유용한 툴이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MBA 에서 Bay 의 실시간 정보 tracking 및 빅데이터를 경험하고, 링글을 창업하면서, '서베이는 유저의 실시간 사용성을 트래킹하지 못했던 과거의 유물' 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나, 인터넷/모바일 기반 서비스들은, 유저들이 접속해 있는지, 무엇을 click 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이용 후에는 얼마나 자주 접속하는 지 등,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 쌓을 수 있고,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기에, 유저의 사용성을 짐작하기 위해 서베이를 진행한다는 자체는 구시대 유물이라 판단 했었다. (그래서, 링글 창업 이후에는 Survey 는 완전 잊고,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집중 했다)
그런데, 링글의 해외개척을 위해 조인해주신 후배님께서, 링글팀이 가지고 있었던 몇 가지 생각에 대한 가설 검증 및 potential user 의 사용성을 조사하기 위해 survey 를 설계한 것을 보고, '아... 그래 Survey 를 이렇게 쓰면 링글이 특정 고객에 대해 꼭 알아야만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survey 가 가질 수 있는 순기능을 지나치게 등한시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Survey 를 통해 수강생 분들이 링글팀보다 더 깊게 알고 있는 사실들을 조사함으로써, 사용성을 단숨에 증가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들 (예: 튜터들에 대해 수강생 분들이 알고 있는 fact 들을 조사하기)이 떠올랐다.
Survey 무용론자였던 나에게, 설문조사의 순기능을 단박에 상기시켜줄 만큼 멋지게 Survey 를 설계해준 후배님에게 너무 고맙다. 그리고,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성장의(깨달임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앞으로 실시간 데이터 트래킹을 고도화 시키면서도, Survey 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매일 진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