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부터의 작은 선물
봄방학. 2021년 봄방학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기분이 좀 뒤숭숭한 채로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하였다. 친구네로 가는 다섯 시간 동안 북가주의 들판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여 있었다. 남가주의 바싹 바른, 우중충한 산들을 주로 보아서 그런지 이 초록 빛깔 들판은 왠지 모르는 설렘과 한국에 와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흘 동안 집을 비우고 집에 와보니 뒷마당에 손님이 방문 중이다. 내가 정성껏 돌보고 있는 쑥갓 화분중 하나에 둥지를 짓고 알을 두 개나 낳고서는 당당하게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 지난해 뒷마당의 야채들을 두고 나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토끼나 다람쥐였다면 당장 쫓아내었겠으나 엄지 손가락보다 약간 큰 이 갸녀린 알들을 보고 나서는 이 새 가족을 전심으로 돕기로 당장 결심하게 되었다.
자동 스프링클러에 젖지 않도록 가림막을 해주고 주변의 화분들을 치워 내가 식물들을 보살피러 뒷마당에 나갈 때마다 최대한 방해받지 않도록 나름 최대한 배려를 해 주었다. 언제 보았다고 이 솟아나는 부성에는 어디에서 나는 것인지... 흠흠.
그저 좋은 일이 이 작은 가족에게 있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 내 소중한 뒷마당을 무단으로 점거하긴 하였으나 그저 한 시절 잘 보내고 하고 싶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고 이 집을 즐겁고 건강하게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이후에 13개월이 지나서 개학을 2주일 정도 앞둔 지금, 이래 저래 뒤숭숭한 마음에 차분히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자연으로 부터의 작은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