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의 전쟁 - season 2
며칠간 뒷마당 토마토와 잎들이 하나, 둘 없어진다 했더니 범인은 박각시나방의 유충이었다. 보호색으로 얼마나 잘 숨었는지 녀석을 찾아내는데 한참 걸렸다.
이미 내 손가락 크기만큼 큰 녀석은 식성이 얼마나 좋은지 잎이며 토마토는 물론 연한 줄기와 잎까지 깔끔하게 먹어 치우고 있는 녀석은 내가 떼어 내려하자 토마토 줄기를 얼마나 꽉 잡고 있는지 줄기가 부러 지도록 놓지를 않는다.
이 녀석 외에도 두 마리를 더 잡았는데 오늘 뒷마당에 나가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더라면 내 토마토들은 며칠 내로 아작이 날 참 이었다.
작년에는 채소들을 땅에 심어 기르면서 토끼와 다람쥐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른 터라 올해는 모든 채소들을 1미터 이상 땅에서 올려 기르던 중이었는데 작년의 불청객 못지않은 아이들이 올 줄이야.
녀석들을 당장 쓰레기 통으로 넣고 싶었지만 자연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망설여졌다. 그래도 토마토는 양보할 수 없으니 우후죽순 자라는 알로에 위에 올려 두었다. 이 정도는 양보할 수 있지. 알로에가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 입맛까지 고려해 줄만큼 내가 마음이 넓지도 않고 애써 키워낸 소중한 토마토를 내어 줄 마음도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