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한테 그런 말을 했다. 정말 아이를 꼭 원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어지간하면 낳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어떤 확고한 의지 없이 단순히 의무감이나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더더욱 낳지 않는 편이 좋다고.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된다거나, 여성의 자아실현에 지장이 있다거나, 육아가 힘들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닌 좀 더 본질적인 이유였다. 물론 아이를 기르는 일이 여성에게 더욱 큰일인 것도 맞지만, 하여간 낳고 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리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감정이 생기니까.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되니까.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니까.
나는 살면서 사랑하는 건 가능한 적게 만들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괴롭기 때문이다. 사랑은 욕망을 낳고, 욕망은 결핍을 낳고, 결핍은 고통을 준다. 어떤 것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사라졌을 때의 고통을 같이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무언가 좋아지려고 해도 너무 좋아하지는 않기 위해서 늘 애를 쓰며 살았던 것 같다. 다가오는 사람을 보면서는 이 사람이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이것 또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질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처음부터 포기해버렸다. 그 편이 훨씬 쉬웠다. 그런데 육아는 그게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을 낳은 것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이들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참으로 많았다. 그러고 보면 사랑도 행복도 늘 고통과 같이 오는 것 같다. 고통을 느낄 만큼의 결핍이 없는 데서는 사랑도 생겨나지 않았고, 갈망이 없는 곳에서는 특별한 행복도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