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승혜 Dec 16. 2018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법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 뜬 포스팅 중 이런 것이 있었다. 쉬는 동안 다 읽어주겠어! 하면서 10여권의 책을 쌓아놓고 인증한 사진이었다. 깜짝 놀랐다. 절반 정도는 읽기는 커녕 샀던 기억조차 없는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10권 중 읽은 것은 단 두 권. 나머지 8권 중 두 권 정도는 앞부분을 살짝 읽다 말았고, 6권은 아무런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펴보지도 않은채로 몇 년뒤 알라딘 중고서점에 정리해버렸나보다.

책을 다시 열심히 읽기 시작한 것은 작년 부터이다. 그 전에도 아주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일년에 대략 10여권? 올해 읽은 책이 160권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지금은 책을 많이 읽고 그 전에는 읽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그때는 책이 재미없었고, 지금은 재미있기 때문. 책이 재미있으면 영화며 드라마를 볼 시간에 책을 읽게 된다. 외출하는 것보다 홀로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

반면에 책이 재미없다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는한 책을 읽기 쉽지 않을 것이다. 독서가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읽어야지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눈은 티비로 갈 것이다. 독서는 사실 운동처럼 꾸준히 하는게 좋다고 생각되지만 말이 쉽지 재미가 없다면 절대 지속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꾸준히 하려면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이 재미라는 것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독서에서 재미를 느끼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 역시 간단하다. 재미있는 책을 고르면 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놀랍게도 스스로가 무슨 책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눈 앞에서는 재미있어 보였던 책이 집에 가면 갑자기 무거운 돌덩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서의 경험이 없을수록 더 하다. 결국 엉뚱한 책을 사거나 빌리고선 조금 읽다가 아 재미없어, 역시 책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선 치워두기 마련이다. 과거의 오늘에 뜬 10권의 책은 지금 보니 내가 절대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들이었다. 그런 걸 사놓고 읽어보자 했으니 손이 갈리가 없다.

6년 전 산 책들을 보니 이런 것도 끼어있다. <오케이 아웃도어 닷컴에는 오케이가 없다> <장사의 신> 이런 걸 대체 왜 샀을까? 가장 큰 이유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었기 때문일테고, 두번째 이유는 당시에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읽고 나면 뭔가 업무 관련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 싶다. 그러나 막상 주문해서 받고보니 손이 안가는 것이다. 흥미며 관심이 제로!! 심지어 이런 시류를 타는 비문학 책들은 나중에 알라딘에 팔아봤자 얼마 받지도 못한다.

그런고로 오늘은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법, 개중에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법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책을 고르려면 안목을 길러야 하는데 일일이 사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지역 도서관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데 도서관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과거의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도서관 책은 더럽다거나, 보고싶은 책을 빌리기 어렵다거나, 책이 별로 없다거나 등등.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참고할만한 팁 8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몇가지는 도서관 뿐 아니라 서점에서 책을 살 때에도 해당될 듯. 물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기본으로 숙지하고 있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하품이 나올 수도 있다.


1 - 없는 책은 신청한다

도서관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1인당 한 권씩은 무조건 사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고싶은 책이 없을 때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신청하자. 출간된지 1년 이상 지난 책이나, 지역 내의 다른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사주지 않지만 나온지 얼마 안된 신간은 대부분 채택된다. 더군다나 신간이 도착하면 신청한 사람에게 최우선으로 연락이 온다.

2 -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구 내의 도서관들 중에 상호대차 서비스를 무료로 시행하는 곳이 많다. 즉 대전 지역을 예로 들면 진잠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지역구내의 다른 도서관인 유성 도서관에서 받아보겠다고 신청할 수 있다. 아무리 구하기 힘든 책도 지역구내의 도서관 중 한 곳에는 있기 마련이므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대부분의 책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3 - 신간을 빌린다

뭐든 신상이 좋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간혹 오래되어도 빛을 발하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실용 서적은 1-2년 이내에 수명이 끝나고 문학 또한 오래된 책들은 고루한 냄새를 풍긴다. 따라서 출간된지 2-3년, 아무리 길어봤자 5년 이내의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올해 나온 신간들 중에서만도 볼 게 넘칠 것이므로 굳이 오래된 책을 볼 필요가 없다.

모든 도서관들은 주기적으로(한달 1회 이상) 신간을 구입하며 서가에 따로 신간 코너를 마련해둔다. 도서관이라고 돈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니 나름 선별을 거친 책들이다. 뭔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도서관에 왔는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으면 이 신간 코너를 잘 살펴보자. 당대의 읽을만한 좋은 서적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 지역 도서관에 갔을 때 너무 방대한 자료를 앞에 두고 정작 뭘 빌려야할지 몰라 이리 저리 헤매다가 머리속에 떠오른 유명한 작가들 이름을 검색했다. 서가에 갔더니 이미 오래되고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더러워서 보고픈 마음이 안 생겨 눈에 들어오는  책 아무거나 집었는데 역시나 더럽게 재미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헤맬 필요가 없었다. 그냥 신간 코너를 살피면 되었을 것.

4 -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본다

책을 고르는 것은 오래전 비디오가게에서 재미있는 비디오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 때는 네이버 평점도, 왓챠 서비스도 없을 때였으므로 비디오 케이스 뒷면의 깨알같은 글씨를 보고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대박 나는 와중에 재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책 역시 표지나 책 뒷면의 설명만 보고서 고르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큰데 -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책은 돈은 안 들지만 시간이 든다 - 이 때는 알라딘이나 예스24 등의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서 리뷰를 보자.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서평을 써놓았다. 그것을 참고하면 대략 어떤 책인지 느낌이 온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므로 책에 대한 평가도 모두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어떤 방향성이나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아, 이 책은 굳이 안 읽어도 되겠다, 싶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모여있기 쉬운 페이스북 등에 검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5 - 보고싶은 책은 반드시 메모한다

다른 사람들이 서평을 쓴 것을 보면 우와 재미있겠다, 나도 다음에 읽어봐야지 생각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까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고싶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좋은 노래와 마찬가지로. 그러므로 인터넷 서핑 중에, 혹은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이 보였을 때는 반드시 따로 리스트업을 해야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안하고 있는 것이라서. 이렇게 써놔도 못 보는 책이 태반이다. 써놓기라도 해야한다. 참고로 나의 리스트는 대략 300여권이....

6 -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한다

책을 잘 못 고르고, 또 잘 안 읽게 되는 이유는, 책을 지식의 측면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사의 신>을 읽으면 왠지 장사를 잘 하게 될 것 같다거나,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강의>를 읽으면 갑자기 인문학에 대해 해박해질 것 같다거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으면 수학의 진리를 깨닫게 될 것 같다거나, 기타 등등. 때깔 좋고, 읽으면 왠지 똑똑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책들. 참고로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데 인문학 책을 사면 살 때는 몹시 뿌듯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안 읽고 어딘가 쳐박아두게 된다. 관심사와 너무 동떨어지거나, 너무 큰 이상을 품고 책을 골라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내가 관심 있는 것. 집에 가서 소파에 앉아서도 읽고 싶을 만한 책을 골라야 한다. 추리 소설이 될 수도 있고, SF 소설이 될 수도, 공포 소설이 될 수도 있고, 만화책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가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활자에 익숙해지고 정을 붙이게 되면 자연스레 책을 읽는 저변이 넓어지게 된다.

7 - 베스트셀러는 피한다

물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무조건 나쁜 책은 아니다. 좋은 책일 확률도 높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여러가지 행운이 겹쳐져야만 탄생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읽는 이의 취향과 상당히 동떨어져있기 쉽다. 따라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냉큼 집어들어서는 안된다. 물론 도서관에서 빌리는 건 돈이 안 들기에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경우에는 심히 주의해야 한다. 한동안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온갖 서점의 베스트셀러...무려 2위...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8 -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의 서평을 참고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독서 취향 또한 천차만별이라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책이 있는지를 일단 알아야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나에게 맞을지 맞지 않을지를 따져볼 수 있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올리는 서평이나 구매한 책의 리스트를 참고한다. 책의 리스트가 파악된 뒤에는 마찬가지오 줄거리나 인터넷 서점의 평점과 간단한 리뷰를 통해 내 취향에 맞을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950년대, 미국에는 워마드가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