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빙그르르 엄마를 돌았다
노란 비닐봉투에 과자를 가득 담고서 젊은 엄마가 서있었다.
아기라고 부르기에는 크지만 어린이라기에는 작은 꼬마가 쉬지않고 돌았다. 옅은 바람에 엄마의 치마가 하늘거렸다. 한바퀴 빙그르르. 아기는 엄마엄마 부르며 작은 몸으로 아장아장 곁을 걸었다. 긴 머리를 올려 묶은 엄마를 태양삼아 아기는 지구마냥 꾸준히 돌았다. 나는 꼬리가 긴 혜성처럼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아기 곁을 지나갔다. 하나의 우주를 훔쳐본 기분이었다.
지금도 아기는 빙글빙글 엄마엄마 칭얼대며 그녀 곁을 돌고 있을까. 엄마의 중력에 기대 아기는 마음껏 핑핑 공전할 터였다. 노란 볕이 서서히 붉어지는 오후 4시. 아기는 새까만 캡을 귀엽게 눌러쓴 채 소원을 이뤄주는 기적의 주문으로 엄마엄마 계속 부른다. 속 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