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안과수화 Nov 29. 2018

03 미얀마 바간에서 택시와 마차로 여행하기(1)

도시 전체가 2천 개의 불탑으로 이뤄진 바간.

밤새 슬리핑 버스를 타고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바간으로 향했다. 바간은 2천 개의 불탑이 있는 불교문화유적 지역으로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주로 스쿠터, 자전거를 이용해 지역을 돌며 구경한다. 서울에서 스쿠터를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동할 때부터 고민이 컸다. 하지만 '뭐 여행은 어찌어찌 이어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떠났고 첫날은 택시와 마차에 의존해 여행할 수 밖에 없었다. (되돌아보면 바간에서의 시간이 행복했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년 중에 한번 더 바간을 여행할 계획이다.)


중간에 두 번 휴게소에 들렀는데 잠든 사람을 모두 깨워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 소지품 등의 분실 위험 때문이라는데 버스 문이 다시 열리길 기다리며 잠이 덜 깬 얼굴들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새벽 6시 전후로 바간에 도착한 듯싶다. 여느 동남아 지역처럼 택시기사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향해 흥정을 시작했다. 예약해둔 호텔 이름을 말하고 어설프게 기사들과 흥정했다. 물론 또 졌다.

붉은 치아를 가진 젊은 기사에게 호텔 이름을 말하곤 차에 올랐다. (미얀마 사람들의 붉은 치아에 대해선 이어지는 글에서 설명해야겠다.) 분명 호텔리어가 보낸 메일엔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위치라고 했는데, 기사는 먼 거리라며 중간에 내려 일출을 보고 호텔로 향하는 게 어떻게냐고 제안한다. 어리둥절. 흥정한 가격으로 호텔도 가고 일출도 보는 거니 내게 잃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또 어리둥절. 결국 그의 말대로 일출 스팟으로 향했다. 그때는 몰랐지. 그게 택시비 유혈사태의 서막이었다는 걸. 일출을 보러 가는 길, 차를 세워 바간 시티 입장료를 지불했다. 3일간 유효하고 25000짯(or 20불)의 가격이었다. 머무는 동안 일출지를 포함해 2-3곳의 파고다에서 티겟을 확인했던 걸로 기억한다.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잔잔한 호수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했다.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동네 꼬마들이 엽서, 론지(미얀마 전통의상, 치마처럼 생겼다.)를 사라며 말을 걸었다.

피곤함이 몰려와 나를 기다리던 택시 기사에게로 향했고 그는 자신만만하게 차를 몰아 지프리티 호텔 입구에 차를 세웠다. “제가 머무는 호텔은 에메랄드인데요?”라고 반문하자 그의 눈이 흔들린다. 호객하는 기사와 운전기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었는지 통화를 하더니 다시 왔던 길을 달렸다. 호텔리어의 메일처럼 호텔은 버스터미널에서 차로 3-5분 거리였다. 하지만 기사는 내게 흥정했던 돈에 1만짯을 얹어 요구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어찌 되었든 자신은 배로 운전 노동을 했다는 것. 아침 7시 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아 돈을 더 얹어주었고 불쾌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호텔은 꽤나 말끔했다. 올드 바간, 뉴 바간 모두에서 거리가 제법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한적하고 야외 풀이 있으며 저렴했다. 그리고 머무는 동안 호텔리어들이 정말 친절해서 좋았다. 샤워를 하고 호텔리어가 예약해준 택시를 잡아 아난다 사원으로 향했다. 

 미얀마의 모든 사원은 맨발로, 긴 바지(or 치마) 차림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중 아난다 사원은 바닥이 불판처럼 뜨거워서 야외에서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반듯하고도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동굴처럼 아늑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불상이 서있는데 불상마다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원을 나와 그늘에서 땀을 식히고 점심을 먹으러 걸음을 옮겼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 어느 식당(Weather Spoon)에 들어갔고 이후 3일간 이 식당에서 나는 새로운 친구를 여럿 사귀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알 게 되었지만 론리플래닛에서 소개돼 여행자들이 필수로 찾는 식당이었다. 특히 버거가 유명한 집. 직원 중에 한국에서 몇 년간 일했던 친구가 있어 한국어로 주문도 받아준다. 직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자, 이제 어떻게 이동하지?


매거진의 이전글 02 미얀마에서 비가 멎길 기다리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