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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안과수화 Nov 30. 2018

04 미얀마 바간에서 택시와 마차로 여행하기(2)


바간 여행 중에 만난 염소 떼. 느긋하게 풀을 먹느라 툭툭이의 나를 비켜줄 생각일랑 없어 보였다. 별 수 없이 사진을 찍으며 염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아침부터 쓴 택시비가 한국 돈으로 3만 원가량. 바간에서 3일을 더 머물 계획이었기에 대책이 필요했다. 거리 곳곳에 말발굽 소리가 들리니 마차를 타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한 마부와 파고다 3곳을 돌아주는 대신 5000짯을 지불하기로 딜을 했다. 대화를 하면서 흥이 난 그는 결국 5곳을 구경시켜줬다.


거리의 마차와 마부들. 손님이 올 때까지 낮잠을 잔다. 미얀마의 시간은 느리다.

잘 닦인 도로 위에서 마차를 타는 경험은 뭐랄까. 여러 가지의 시간을 얽는 듯한 느낌을 줬다. 우버 같은 어플이 만연한 시대에 마차라니. 마부는 자신의 말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 가족의 생계이자 본인의 전부라 말할 만큼. 파고다로 이동하는 중간 마부는 집에 들러 늦은 점심으로 주먹밥을 얻기도 했다. 내 몫까지 챙겨주려는 걸 한사코 거절했다. 크고 작은 파고다를 구경하다가 3시 즈음 그와 헤어졌다.

사원 앞에 앉아 그림을 팔던 소년. 오전엔 학교를 가고 오후엔 사원에 나와 그림을 그려판다. 재주에 감탄해 결국 한 점 샀다.


우기라서 비가 언제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선셋을 보러 가야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파고다가 열려있었고 그 어디든 꼭대기에 올라가 지는 해를 구경할 수 있었다는 데.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파고다 훼손 문제로 파고다 위로 오르는 것은 물론 입장까지 금지된 곳도 많았다. (물론 웨더스푼 직원들이 알려준 정보다. 출발 전까지 바간으로만 가면 어디서든 노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 정신 없이 출발한 티를 낸다.)

날씨가 좋아 무조건 선셋을 보러가리라 다짐했던 바간의 첫 날.

대부분의 현지 택시, 툭툭이 기사, 마부들이 (몇 안 남은) 입장 가능한 파고다를 알고 있고 스쿠터로 이동할 때에도 선셋 투어를 돕겠다며 말을 걸어온다. 택시는 비싸고 마차는 타봤으니, 남은 것은 툭툭이랄까? 아빠뻘의 기사님의 툭툭이를 타고 선셋 포인트로 향하기로 했다. 선셋을 보기까지 시간이 남아 쉐산도 파고다를 들렸다.


파고다마다 그 자리의 역사를 소개해주면서 그림이나 엽서를 파는 아이들이 있는데, 특히 쉐산도에서 만난 소년이 인상적이었다. 여동생과 쉐산도에서 영업?을 하는 소년은 포토스팟을 알려주며 여러 컷의 기념사진을 남겨줬다. 사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가 어려운데 꽤나 고마웠다. 가이드를 넘어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수다를 떨어줘서 고마운 마음에 엽서 한 뭉치를 샀는데 그는 계속 미안함을 표현했다. 결국 내게 미얀마 사람들이 햇빛과 벌레를 쫓기 위해 얼굴에 칠하는 다나카를 선물해줬다. 나는 또 그 자리에서 바로 얼굴에 발랐고. 이후에 여행하면서 그와 다시 여러번 마주쳤고 그 때마다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했다.

쉐산도 파고다 의 소년이 찍어준 사진.


구경을 마치고 파고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툭툭이에 올라 선셋 포인트로 향했다. 4-5시인데도 좋은 자리엔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앉아 있었다. 해가 진다. 우기에는 열기구가 뜨지 않아 파고다만 늘어선 모습이었는데도 말을 잃게 된다. 자연 앞에, 무수한 시간 앞에 손톱 한마디만한 나의 삶이 작게 보인다. 비단 여행객에만 경이로운 순간은 아니다. 기념품을 파는 소녀도, 꼬마도 수줍게 웃으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꼬마에게 씨익 웃어줬더니 작은 입에서 ‘어디서 왔어요?’, ‘멋있죠?’ 여러 질문이 쏟아진다. 그렇게 꼬마와 꼬마의 언니랑 이야기를 나누며 1-2시간 가량을 머물다가 자리를 떴다.

귀엽게 말을 걸던 꼬마와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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