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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기 Nov 30. 2020

간만에 취한 밤

20201104


#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탔으니 페북.


# 얼마 전에 딸이 태어났다. 자식이 생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생겨보니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너무 좋다.


# 나와 짝궁을 적절하게 닮은 새로운 인간. 그 인간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 요즘 가장 좋은 시간은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시간이다. 너무나도 작은 새로운 인간이 내 배 위에서 곤히 잘 때 내가 지금까지 산 이유를, 특히 나의 큰 배를 유지하면서 살아온 이유를 알겠다.


# 벌써부터 우리 딸이 결혼하는 날을 떠올려본다. 싫다. 너무 싫다. 아빠가 동생을 시집보낼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장인어른이 짝궁을 시집보낼 때도 그러셨겠지. 아빠랑 장인어른께 더 잘해야지.


# 아이가 태어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잘해준다. 정말로 잘해준다. 그 사람들도 나에게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이었을 테니까. 아이 덕분에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하느님도 우리를 볼 때 비슷하시겠지.


# 일단은 짝궁과 아기와 나 우리 세 가족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 아기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좋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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