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이토록 추운 아침에는 따뜻한 커피가 몸은 물론 정신까지 맑게 해 주는 기분이다. 바로 내린 커피의 크레마를 한 모금 마신 후 자리로 돌아와 사내 그룹웨어 메일을 확인한다. 그리고 함께 개인 메일도 확인한다. 그리고 그렇게 눈에 보이는 한 메일.
'RE: [투고] 소설 팔레트'
내가 보낸 소설 투고 메일에 대한 답변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가기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메일을 확인해본다. 역시나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일 따위는 없었다. 이번에도 거절 메일. 모든 출판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문장으로 내게 비수를 꽂아 넣는다.
'아쉽게도 본 원고는 저희 출판사의 색깔이나 방향과는 맞지 않아 출간이 어렵다는 답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예상했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나는 투고 거절 메일에 당당해질 수 없나 보다.
사실 원고 투고는 처음이 아니다. 처음 썼던 에세이 '나란 놈은 답은 나다'라는 내 첫 번째 책은 수 없이 많은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었다. 그때는 그저 스스로 남겨두자는 취지에서 썼던 책이라 크게 상처를 입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쓴 책. 소설 'M'이 제안한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을 때는 나름 많이 상심을 했었던 것 같다. 1년 넘도록 집필했고, 그만큼 애정도 많은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재밌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M'이라는 내 첫 번째 소설을 그대로 원고로 묵혀두기는 싫어 이곳 브런치에 브런치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아, 브런치북을 삭제하고 독립출판을 진행했다. 몇몇 지인 정도만 구입할 줄 알았던 책은 의외로 여러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브런치에서 봤었는데 이제는 없어져서 연락했다는 인친과 몇 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던 아는 동생에게서도 구입 문의가 들어왔다. 내심 뿌듯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던 브런치북에서 내 소설을 봐주고 있었구나 싶어서. 그 일로 용기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다시 책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책이 지금 브런치북으로 나와있는 '팔레트(가제)'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소설이라 공모전에도 내보고, 출판사 열 곳을 지정해 투고를 해봤지만 현재 공모전에서는 탈락, 출판사 두 곳에서 거절 메일을 받은 상태다. 애정이 있는 내 작품이 거절당하면 그 여파는 꽤나 오래가서 사실 요즘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고민도 많은 상태다. 돈을 보고 책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에서 거절할 정도로, 나쁘게 말하면 '재능 없는 글'을 계속 쓰는 게 시간 낭비는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인해 현재 다음 책도 프롤로그 정도만 쓰고 멈춘 상태다. 도저히 책을 쓸 자신도, 용기도 없어서.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들을 썼던 시간이 낭비였을까하는. 돌이켜보면 글을 쓰며 난 참 행복했다. 글에서 어떤 제약도 없이 내가 상상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었고,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해 글을 쓰다가 함께 행복하기도, 함께 슬프기도 했다. 그뿐인가. 소설을 쓰며 한 장 한 장,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그들이 다음 편은 언제나오냐며 나를 재촉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다.
책을, 그것도 소설을 출판사와 계약해 정식으로 출판하는 것은 앞으로도 힘들지 모른다. 워낙 힘든 일이고, 확률도 낮은 일인 데다가, 글 쓰는 것을 정식을 배운 것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책을 쓸 예정이다. 책의 성과가 어떻고, 결과가 어떻든 그 책을 쓸 때의 행복했던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인생에서의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