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있는 모성

중년 엄마의 입장

by seungmom

다시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다.

아직 2주일이 남았다면 긴 시간일 것 같은데...


석 달을 지내면서 처음 한 달은 치우고 파악하는 데 정신이 없다가

그다음 달에 느긋하게 아이들과 생활을 한다는 기분으로 지내는데

이 느긋한 마음이 나머지 한 달에 들어서면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늦게 일어나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르게 되고

살찌게 되면 곤란하다고 적당하게 먹는 일이 많아져 손을 놓으니

엄마가 가진 모성이 활약할 일이 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데

이러다가 모성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짓눌리게 된다.


그런 마지막 한 달의 첫 주부터 두 번째 주가 가장 힘들어지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잘 놀았던 전 한 달의 여파로 움직이기도 싫으며 머리도 잘 안 돌아간다.

그래서 뭘 해야 할지도 뭘 해 주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헤맨다.

혼란스러운 머리가 모성이 다구치는 소리에 놀래 정신을 차리면

해 줘야 하는 일들은 눈앞에 펼쳐지고 그럼 더 온몸에 힘만 빠지게 된다.


3년 전만 해도 떠나야 하는 그 시간까지 일을 했었다.

온 집안을 반질거리게 만들어 놓고 세탁도 당분간은 할 것이 없게 해 주고

이틀 정도는 먹으라고 온갖 야채를 썰어서 겉절이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놓고

과일도 한가득 깎아서 덜어 먹으라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이렇게 하면서도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에 더 해주고 싶은 일들이 떠올라

난 모자라는 시간에 안달을 하며 아이들까지 서성이게 만들었었다.

결국 가방을 꾸릴 시간이 없어 내 물건은 그냥 널브러져 있었는데

부엌에 서서 아이들에게 그냥 가방에 쓸어 담으라고 했었다.


아이들은 내가 갈 때마다 이렇게 동동거리는 나를 싫어했었다.


처음엔 아이들의 기분을 헤아릴 여유가 없어 그저 엄마의 입장이 중요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없다며 아이들까지 벌을 세우듯이 했던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그저 엄마의 성격이 유별나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졌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냥 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며

이제는 그만 하라던지 우리가 잘 하고 살겠다던지 하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을 이렇게 되도록 만든 것이다.

난 그저 엄마의 의무에 무성하게 피어오르는 모성으로 한 일들이었는데...


이제 2주가 남았다.

악을 쓰면서 어제는 목욕탕 칸막이 유리창과 욕조와 벽을 닦았다.

이번 주 안으로 가스레인지 위도 닦아 놓고 김치찌개를 듬뿍해서 나누어 얼릴 참이다.

이것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애쓰지도 노력하지도 않고

아이들 말대로 마지막 며칠은 그저 재미있게 지내도록 해 보려고 한다.


이 아이들의 생활 방식이라는 것도 있을 거니

그들 나름 자신의 방식이라는 것을 만들어 가는 시간도 필요할 거라며...


이렇게 엄마의 입장을 합리화시킨다.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는데

아이들을 위해서 안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변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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