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난 갈매기

새에 붙어사는 벼룩

by seungmom

아이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주차장에도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미국에 와서 얼마 안 된 때여서 그곳이 바다와 가까워서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나지막한 산을 하나 넘어서 조금 더 달려야 바다가 보였다.

그렇게 떨어져 있는 곳에 살던 갈매기가 학교 주차장 가로등 위에 있다가

아이들이 점심으로 먹는 샌드위치나 햄버거에 같이 나오는 감자튀김을 버리는 순간

그 큰 날개를 펴 달려드는데 서로 싸워가면서 쓰레기 통에 있는 종이봉투를 찢어

그 속에 들어 있는 먹을거리를 꺼내는데 처음 봤을 때엔 너무나 엄청나서

입을 벌린체로 아무 말 못 하고 눈만 껌벅거렸다.


미국에 와서 깨끗하게 다 수리가 되어 있는 2층 집의 2층을 빌렸는데

2층으로 된 건물은 앞 뒤로 2가구씩 해서 총 8 가구가 살게 되어 있는 목조 건물로

1층에는 개미가 매일 출근을 한다고 해서 피하고 2층으로 했더니

벌레에 잘 물리는 나는 첫 한 달 만에 약 30군데를 물렸는데

알아보니 지붕 위에 사는 새들에게 붙어살던 벼룩이

쓸모도 없는 페치카를 통해서 내려와 나를 물었다고 했다.


벼룩이라는 것에 대해..

물린 자국을 돋보기로 보면 구멍이 두 개가 있다고 하고

물린 곳이 무릎 위로는 없을 거라고 하더니 정말 말 그대로였는데

한번 물리면 3년이 지나야 낫는다고 하는 것을 일본의 친구가 알려 줬다.


기겁을 하고 20평도 안 되는 집안에 60평에 뿌려야 하는 약을 뿌렸더니

사람도 죽겠다고 해서 바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조심해서 지내

더 물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물린 곳은 나날이 나빠지고 진물까지 흘러내려

자기 전에는 물린 곳에 커다란 밴드를 붙여서 진물을 흡수하도록 했는데

잠이 오는데 30개의 밴드를 붙여야 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다행한 것은 아이들은 한 곳도 물리지 않았다는 것인데

벼룩이라는 것을 아는 친구가 해 준 말대로 꼭 3년이 지나 아물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내가 힘들면 살그머니 붉게 올라와 간지러운데

그 악몽 같은 시간은 벼룩이 얼마나 무서운지 떠올리게 했다.


새만 보면 새 벼룩이 떠올라 그 큰 갈매기가 머리 위를 나르면 저절로 도망가게 되고

갈매기 똥이 차에 떨어지면 바로 닦아 내야 한다며 안 그러면 부식한다고 들어

닦긴 닦아야 하는데 갈매기의 똥이 얼마나 묽고 양이 많은지 정말...

이런 것으로 난 미국에서 새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이 없다.


며칠 전에도 움직이기 싫어 차에서 기다린다며 아이들만 상점으로 보냈는데

차 안에서 목격한 것은 누군가가 버리고 간 종이봉투를 찢는 갈매기...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난 갈매기에 적응이 안 되는지 아직도 어색한데

바닷가에서 날고 있는 갈매기를 볼 때엔 자유롭고 편안해 보여 사진도 찍으면서

상점가의 주차장에서 날아다니는 갈매기에는 그저 처량하고 불편하다.

왜 이렇게 도심지 한가운데까지 날아와 살고 있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왜 꼭 날아왔다고 생각하는지

이 갈매기들은 벌써 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들의 몇 세대가 지나서

육지에서의 생활에 더 익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매기를 난 꼭 집어서 바다에서만 살게 했으니...


내가 가지는 고정관념이 엄청난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닭게 되니

갈매기도 먹이를 찾아서 사는 터전을 바꿨듯이

나도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고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발상이지만 기분은 훨훨 날듯이

순간 지구를 통째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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