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6월 7일 60세 이상 백신 접종하는 첫날 보건소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백신을 일찍 맞자고 5월 27일을 향해서 했던 준비가 허무하게 끝나고
6월 7일에는 반드시 맞을 수 있는 날이니까 하면서 다시 준비를 했다.
주사를 맞고 나서 3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있어도 되는 준비로
5일까지 세면대 샤워실 벽과 바닥을 닦아내고 유리문도 거울도 닦아내면서
힘쓰는 일은 모두 마치자고 수선을 피웠더니 입술이 트면서 피곤하다고 알렸다.
5일부터는 영수증 정리에 가계부 기록 등 그저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혹시나 하는 준비로 두 달치의 은행 예약이체를 해 두며 인삼액을 열심히 마셨다.
7일 보건소로 가는 길은 처음 걷는 길이어서 주변의 경치에 정신을 팔고
주사를 맞으러 간다는 기분은 보건소 입구에 줄 서 있는 검사자들을 보고는
내가 왜 보건소에 왔는지 지금부터 무엇을 할 건지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난 4시의 예약자인데 거의 30분이나 일찍 와서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바로 체온을 재고 예진표 작성하고 상담하면서 긴장한 것 같다고 하니 다들 그런다며
주사 맞는 곳으로 가라고 하는데 주사를 맞는다는 것에서 왜 이렇게 겁이 나는지
주사 자체가 더 겁이나 주사를 때리면서 놔 달라고 했더니 우선 팔에 힘을 빼라고 했다.
백신에 관한 뉴스에는 백신 주사 맞는 장면이 나오고 거기에는 바늘과 주사기가 있는데
홀쭉한 주사기 몸통에 비해서 길게 느껴지는 바늘에 난 너무 길구나 하는 공포를 가지게 되어
그러지 않아도 주사 맞는 것이 두려운 나는 저 긴 바늘이 팔에 들어가면 뼈에 닿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의문을 가졌는데 내가 맞는다고 하니 백신이라는 것보단 주삿바늘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주사기를 들고서 걱정하지 마라고 하더니 다른 직원의 질문에 대답을 해서 불안해져
집중하지 않고 뭘 하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그 사이 따끔하더니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도 없이
다 놨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붙여주는 동그란 반찬고를 붙여 줘 나는 각오를 해야지 하다가 끝냈다.
바늘에 대한 떨리는 공포에 불안했는데 벌써 끝났다고 하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처음부터 백신에 대한 불안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기실에서 30분 동안 기다리며 포켓몬을 잡았는데 예방 접종 내역 확인서를 가져다주며
다음 접종을 8월 23일이라며 오늘부터 3일간은 몸의 변화를 잘 관찰하라고 했다.
30분이 지나 포켓몬 잡는 것을 관두고 대기실을 나가면서 간다고 신고를 해야 하나 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보건소 건물을 나와 보니 길게 서 있던 검사받는 줄이 엄청 짧아져 있었다.
검사하는 곳을 보니 백신을 맞았다는 의미가 어떤 건지 그래서 내가 대단하게 느껴져서
당당하게 보건소를 나와 들어갈 때와 다른 기분으로 처음 보는 주변의 경치를 구경했다.
30분 기다리는 동안 주사 맞은 곳이 점점 뻐근하면서 욱신거리기 시작해서
이런 것이 항체가 만들어진다는 신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참을만한 것을 즐겼는데
주변의 경치를 보려고 하니 뭔가 선명하지 않아 이제는 눈에도 신호를 보내나 해서
이런 게 부작용이라는 것인지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집으로 가야지 하며 눈을 만지려니
떡하니 돋보기가 있고 이 돋보기가 먼 곳을 보려고 하는 내 눈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보건소 입구에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웃고 또 웃었다.
내가 돋보기를 언제 꼈었는지 기억을 해 보니 예진표를 쓰려고 했던 그때였는데
벗지도 않고 주사도 맞고 포켓몬을 하면서도 돋보기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이런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
만 3일은 백신이 몸과 싸우는 동안 잘 이겨내도록 편안하게 지내라고 했는데
항체가 생겨야 백신 맞은 보람도 있는 것이어서 먹고 싶은 것 마음 편히 먹으면서
이 날을 위해서 그동안 안 보고 모아두었던 드라마를 보면서 늘어져 지냈다.
이렇게 먹고 놀았는데 몸은 힘들었는지 삭신이 살짝살짝 쑤시는 것 같으면서
9일 오후까지는 주사 맞은 팔도 욱신거려서 잘 때도 왼쪽으로는 눕지 못하고
열도 있는지 움직임이 느려지고 엄살이 심해서 그런지 힘쓰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머리도 지근거리는 것 같아 약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 이틀을 보냈다.
약도 안 먹고 그냥 견뎠다기보단 지나갔는데 만 3일째 10일 오후가 되니
주사 맞은 팔은 건드리면 느껴지는 정도가 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온몸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내가 힘을 써야지 하는 각오가 없어도 물건을 번쩍 들어 올리고
걸음도 내 속도로 걷고 있어 몸은 생각 없이도 알아서 힘을 빼고 넣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준비를 한 것 치고는 조용하게 내 몸은 항체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괜한 수선을 피웠나 하다가 준비로 마음이 든든해서 몸이 마음껏 싸웠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한 나의 준비성에 내가 점수를 후하게 쳐줬다.
이제 1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아직 2차도 맞아야 하지만 2차를 맞아도 코로나에 안 걸린다는 보장은 없다.
딸아이의 연구실에서는 화이자를 2차까지 모두 맞고 몇 달이 지났는데
같이 점심을 먹었던 두 사람이 양성이 되었다며 양성인 두 사람은 가벼운 증상이라고 했다.
백신은 양성이 되었을 때 덜 위험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그 이상의 것은 기대하지 말고 지금처럼 조심해야 한다고 딸아이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