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Nov 26. 2022

사장님이라고 불렸다.

나는 아줌마


어느 날 갑자기...라고 해야 덜 미련해 보일까..

여름 내내 잘 썼더니 힘이 들었는지

에어컨에 검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심해졌다.

닦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는 

안에 뭔가 터져서 이렇게 퍼져버렸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에어컨을 고를 때 거의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중급 정도의 에어컨으로 달고 처음 2년은 거의 쓰지도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쭉 코로나로 3년을 살면서 열심히 썼는데

올해는 더 더웠는지 한 번도 꺼 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11월인데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아직도 찬 바람이 필요한 나는

이런 바람은 몸에도 해로울 것 같다고 얼른 꺼 놓고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더니

수리하는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며 출장비가 든다고 했다.


수리하는 아저씨는 방문하기 전에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건 곰팡이니까 청소업체가 필요하다고 해

난 어처구니가 없다고 절대로 곰팡이가 아니니 와서 보라고 우기고

결국 아저씨가 와서 보고는 곰팡이라고 확 못을 박더니

아무것도 안 했지만 출장비를 내야 한다고 하셨다.


왜 이 집에 곰팡이가 있냐고 인정할 수 없다며

에어컨 청소하는 업체를 인터넷으로 찾아서 전화를 했다.

다행히 당장 와 줄 수 있다고 해서 부탁을 했는데

이 좁은 오피스텔에서 어떤 방식으로 청소를 할 건지 겁이나

침대 위를 커다란 보자기로 겹겹이 덮어 두고 주변을 치웠다.


기분 좋은 인상의 젊은이가 엄청난 장비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당장 곰팡이네요 하는데 다들 짜고 하는 말 같다고

몇 번이고 정말이냐고 뭔가가 터진 것은 아니냐고 하니 아니란다.

곰팡이 청소를 뜨거운 물로 하게 된다고 하는데

벽에 있는 것을 뜨거운 물로 한다는 것에 놀래서 벽지는 했더니

다 알아서 해 드릴 테니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했다.


벽지 걱정에 복잡한 머리가 사장님이라는 호칭에 충격을 받았는데

그 어색한 사장님 소리가 거슬려서 그냥 아주머니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한참 있다가 마실물을 찾으면서 다시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이 사람들도 나름 고충이 있어 이런 호칭을 쓰겠지 하는 이해를 하면서도

아줌마나 아주머니가 얼마나 정감이 있고 주부에게는 딱 좋은 말인데

이런 호칭을 놔두고 사장님이라고 불리니 정말 거북했다.

아줌마나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혼이 났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면서

사장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아줌마라고 고쳐줬다.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인 이 젊은이는 척척 장비를 설치하더니

구석구석의 곰팡이를 깨끗이 씻어 내고도 벽지를 잘 보존해 줬다.

보통은 여름이 되어갈 때 에어컨 청소를 해서 사용한다고 하면서

이제 한 3년은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 오피스텔에 들어오면서 전부 새것으로 바꿔 항상 새것이라고 느꼈는데

그게 그대로 새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닭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급차를 부를 뻔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