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Nov 11. 2022

구급차를 부를 뻔했다.

중년의 어지럼증

지금은 머리통을 잡지 않고도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속은 니글거리는 것이 남아서 거북하다.


그리고 보니 며칠 전부터 몸이나 정신이나 너무 기력이 없었다.

혼자서 생각나는 데로 보안을 하느라고 했는데 결국엔 탈이 난 거다.


몸에서 땀이나 처음엔 더워서 그런 줄 알았다.

자다가 땀 때문에 정신이 들고 일어나서 더위를 식히자고 눈을 뜨는데 

가까이에 있던 서랍장이 휙하니 움직여서 놀래서 눈을 감고 그대로 누웠다.

어지러워 땀이 나나 했더니 이제는 식은땀이 목에서 등에서 물처럼 흐르는데 

멀미를 하듯이 기분이 나쁘고 토할 것 같다는 기분도 드니 겁이 났다.


이러다 뭔가 잘못되나 하면서 병원에 가서 종합 검사라도 받아야 하는지 

그러려면 나를 실어다 줄 구급차가 있어야 할 텐데 하니까 이 꼴로...

일단 구급차를 부르기 전에 내가 아는 데로 점검을 하기로 했다.


소리를 내어 말을 하면서 들어보고 발음을 확인했는데 비교적 정확했다.

그리고 발을 들어 올리고 발가락을 움직여 보고 꼬집어서 아픈지 확인하고

한 손으로 머리통을 세게 잡고 있어서 다른 한 손만 확인을 했다.


그러면서 정신이 이렇게 멀쩡한데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생각을 했다.

머리통은 이 어지럼과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호흡도 말짱한 것 같다고

그저 언제나처럼 있던 어지럼이 이번엔 조금 더 센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지러우니 멀미가 나고 니글거리면서 토할 것 같다는 기분은 들지만

몸도 정신도 멀쩡한 것 같다고 눈을 감고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온갖 생각을 하다가 곁이 누군가가 있다면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30대 후반에도 이렇게 엄청난 어지럼이 온 적이 있었다.

어지러움이 오더니 갑자기 추워져 이불을 두장을 뒤집어쓰고도 추워서 

아이들에게 이불을 더 가져다 달라며 천장이 돌려서 눈도 뜨지 못했는데

같이 살던 사람은 아이들의 야단에 별일 아니라고 하더니 자기 방으로 갔다.

큰 아이는 이불을 가져오고 작은 아이는 굳어져 꼼짝을 안 하고 서 있어

잠깐잠깐 용기를 내어 눈을 떠서 아이들을 안심시키면서 챙겨야 했다.


그땐 이렇게 아플 때는 혼자가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혼자서 이러다가 죽는다면 고독사가 되니...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고통이 지나고

이렇게 힘드니 주삿바늘이 무섭지 않게 되는구나 하면서

잠들지 못하는 정신은 가능한 멈춰있는 것만 생각하려고 하는데

나무를 생각해도 바람에 흔들리고 조용한 거리에 차들이 다닌다.

멀쩡한 정신은 자꾸 움직이는 것만 찾아내니 괴로웠는데

그러면서도 잠에 들어갔는지 다시 깨어서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멀미 기분은 아직도 남아서 힘이 든다.

개운해지는 것은 언제쯤이 될 건지 이러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30대 후반에 겪었던 어지럼에도 거의 30년을 무사히 보냈으니

다시 30년은 이렇게 심한 어지럼은 없겠지 하면서 나를 달랜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의 기분 좋은 알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