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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Nov 29. 2022

옆 건물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

대한민국과 가나 2022 월드컵 경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무서워 소리가 없는 문자로 중계를 켜 놓고

저번 시합도 이렇게 해서 무사히 그 시간을 보냈으니

이번에도 한 번씩 고개를 들어서 읽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럴 거면 아예 다른 것을 하지 그러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어떤 것에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고 몸도 굳어져 버려

가슴은 뛰고 손은 떨리는 것 같이 힘이 쭉 빠져 있었다.


볼 용기가 없어서 문자로 확인만 하자는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 고함소리가 조금 이상하다고 했더니 가나가 먼저 넣었다고 한다.


국가가 걸린 시합은 정말 피가 마른다.

내가 경기 보는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럴 때 화가 나는지

곰곰이 잘 생각을 하자면 우리나라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한 선수들이니

이들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와 보상만은 꼭 받았으면 하는 것뿐인데

내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고 화가 나는지 식식거리고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지는 마음에

정말 골을 넣고 싶은 것은 선수들이라고 나를 다스리고 있으니

다시 고통스러운 고함 소리가 들려 설마 하고 보니 또 한 골을 먹었다.

아직 정신줄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한 이 상태에서 또 한골이라니

내가 설레발을 쳐서 이런 건지 하면서 정신을 차리자고 물을 마셨다.


내가 보는 것은 영상이 아니니 왜 이렇게 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더 응원을 할수록 이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 미안했다.

내가 이런 운을 가득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찌 내가 열심히 집중하면서 경기를 보면 좋지 않았다는 기억에

관심을 꺼야 하는 건가 하면서 신경을 다른 것에 쓰기로 했다.


그런데 옆 건물에서 고함소리로 중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는지 간혹 비명도 들려오는데

그 비명으로 상황을 대강은 상상이 되니 청각이 점점 예민해졌다.


후반전이 되기까지 길었지만 점점 줄어드는 시간에 긴장이 심해졌는데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점점 커지고 함성이 되어 들려왔다.

58분 이강인의 도움으로 조규성의 골이 들어갔다는데 그 기쁨은!!!

역시 고함소리가 달랐다.

찢어지면서 터지는 고함소리는 그 속에 흥분도 있고 기뻐서 들떠 

나도 같이 그 긴 함성에 박수도 치고 소리도 질러 봤는데 그러는 사이에

60분 다시 한골이 들어갔을 때엔 흥분이 희망과 기대를 만들어

나도 모르게 일어나 같이 고함을 질렀다.


이 나이에 이런 표현을 온몸으로 해 보다니...


안심이 되니 마실 것이 생각나 잠시 자리를 떠났는데

그사이 가나가 한 점을 더 넣어 들고 있던 잔을 원망하면서

일어나지 말고 그냥 지켜보면서 응원을 할 건데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까지 두 손을 꼭 쥐고 움직이지 않았는데 

작은 비명도 고함소리도 없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이리 답답하다면 선수들은 얼마나 기가 찰까 한다.

계속 잠이 안 와서 4시에 시작하는 경기를 전반전까지 보다가

결국 후반전에서 1:0까지 보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흐름을 줄 건지 계산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납득은 되도록 해 줘야 할 텐데 하면서

사진으로 본 선수들의 지친 얼굴들에 더 간절해졌다.


이런 갑갑한 기분을 누군가와 떠들어 털어버리고 싶은데 하니

이래서 다들 같이 모여서 경기를 보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나에게 상황을 잘 전달한 그 옆 건물의 젊은이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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