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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Jan 31. 2023

신정과 구정에서

신정을 택하면서

구정의 힘을 이번 코로나로 3년을 한국에서 지내며 알았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는 구정을 지냈던 것 같은데

일본에서 20년을 살면서는 신정에 연하장을 보내면서 떡국을 끓였고 

미국에서 10년을 살면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엮어서 카드를 썼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1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은 세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12월에는 꼭 아이들이 있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냈었다.

그 새해는 신정이었고 간혹 구정이 가까워질 때 한인마트에 가면 구정이라고

설 분위기에 설음식이 많아서 그냥 생각 없이 사다가 떡국을 끓여 먹었다.

그때 아이들이 떡국을 한 번 더 먹으면 한 살 더 먹게 되는 거 아니냐며

새해의 떡국을 두 번 먹는 것에 떡국의 의미가 흐려진다고 했었다.


한국의 신정에는 다들 활짝 웃는 얼굴로 거리나 상점이 모두 북적였던 것으로

내 기억에는 남아 있어서 새해는 다들 즐기는 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진짜 설날인 구정이 있어서 신정이 휴일처럼 되었다는 것을

이번에 이 나이에 한국에서 3년을 살다가 3년째인 올해 깨달았다.


일본에서는 신정의 오후가 되면 설특집 만화영화를 보려고 아이들과 나갔다.

일본의 설날 음식인 오세치(お節)라는 것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서 무시했는데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도 싫어하고 맛도 없어서

하루전날 도시고시소바(年越蕎麦)를 먹고 아침엔 떡국으로 새해를 맞이했었다.


그러다가 미국에 가서 처음 맞는 설날에 귀찮은데 나가 먹자고 했다가

미국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서 얼마나 놀랬는지 차 안에서 조용한 거리를 달리며

문 열은 식당을 찾다가 한인 마트까지 갔더니 한인이 하는 식당은 열려 있었다.

아이들과 쫄쫄 굶다가 새해를 축하하는 음식이 아닌 것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신정에 나와 먹는 것을 한국인끼리는 알아준다고 역시 한국인이라고 했었다.










이렇게 신정을 새해로 굳히고 살았는데 언젠가부터 구정을 미국에서도 챙겼다.

돈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들을 잡아야 한다고

커다란 몰이 빨간색으로 치장을 하면서 구정이라고 축하한다고 장식을 했었다.

이게 그동안 겪은 구정과 신정이다.


코로나로 한국에서 온전하게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처음 2년은 왜 그렇게 정신이 없었는지 신정에도 구정에도 새해 인사를 했다.

첫해에는 언제나처럼 신정에 새해 인사를 전했는데

구정이 오니 다시 온 나라가 들썩이면서 진짜 명절처럼 즐거워하는 것에

나도 모르게 또 새해 인사를 문자로 날리고 있었다.

나는 신정에 새해 인사를 보냈지만 다들 구정에 새해 인사를 보내니

그저 인사에 답을 해야 한다고 다시 새해인사를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는데

마음이 차분하지 못했는지 두 번째의 새해에도 두 번씩 인사를 했었다.

그런데 2023년에는 무엇이 달랐는지

1월 1일에 정신을 차리고 작년의 일을 생각하면서 구정을 떠올렸다.

이렇게 매년 헤매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정해야 한다고 고민을 했는데

아이들과의 시간도 생각해서 신정에만 축하를 하는 것으로

구정은 있다는 것만 기억하는 것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게 산뜻해졌는데


그런데 이게 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 혼자서 헷갈려 헤맸던 것으로

신정을 지내는 곳은 신정날 구정을 지내는 곳은 구정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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