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그 개밥을 좋아한다.
내가 80년대 말에 일본에서 당한 이야기이고
내 아이들이 2000년을 앞두고 초등학교 때 들었던 이야기이니까
국밥을 개밥이라고 불렀으니 진짜로 절대로 안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3년 만에 일본에 가서 보니 그 국밥이라는 메뉴가
그냥 クッパ 정말 발음 그대로 국밥으로 팔고 있었다.
내 면전에 대고 떠들면서 거품을 물던 일본인들이 설마 했는데
맛있다고 보양식이라고 국밥을 즐기고 있는 풍경은 낯설었다.
나에게 멸시를 하면서 떠들던 일본인들은 이 광경을 어떻게 보는지
지금의 젊은 일본인들이 먹는 것에 아무 상관이 없어 더 이상했다.
국밥을 사 먹던 일본인들도 나이가 들면 개밥 타령하는 일본인이 되는지
젊은 호기에 사회의 눈치를 무시하니 국밥을 먹을 수 있는 건가 한다.
왜 개밥이냐고 물어봤다.
밥에 국물에 건더기에... 이런 모양이 남은 것을 한 그릇에 모아
개 밥을 주는데 그것과 비슷하다는 친절한 설명이었다.
이런 말을 아주 상냥하게 떠들었던 속 좋은 일본인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아마도 이들만은 절대로 국밥은 먹지 않을 것 같다.
학교 급식으로 카레가 나오던 날 아이들이 놀림을 당했다고 하는데
나는 집에서 카레를 하면 접시에 밥을 놓고 그 옆으로 카레를 부어줬다.
그럼 그것을 다 비비는 식으로 떠먹었는데 아이들도 그랬다고 한다.
그걸 보고 또 개밥처럼 먹는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밥과 카레를 한 숟가락씩 섞어 먹어야 하는 거라고 지적질을 했다고 한다.
창피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식식거리는 아이에게 설명을 길게 했다.
깨작거리는 일본식이 좋은지 편하게 푹푹 떠먹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
우리는 한국인이어서 한국식으로 먹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라고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일본식으로 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라고
더 당당하게 급식으로 나오는 카레는 모두 비벼서 먹으라고 했다.
마늘 된장 이런 것들에 대한 편견도 엄청 심했다.
한국인이면 그냥 마늘 냄새가 난다는 것으로 대신하고
한국인 집은 된장 냄새로 알 수 있다고 마늘과 된장을 폄하했다.
험담으로 들리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니들도 먹으면 건강해질 텐데 하면서
냄새 때문에 마늘도 꺼리던 일본인들은 그래서 다들 왜소한 건가 했다.
지금은 대 놓고 마늘이 좋다고 먹으라고 하지만
일본인들은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대낮에는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피한다.
나는 고기 냄새가 나는 것을 싫어해서 국밥은 거의 먹지 못하는데
내 아이들은 나와 달리 엄청 국밥을 좋아하고 순대도 좋아해서
한인타운으로 장을 보러 가면 반드시 두 아이는 국밥집에 가고 나만 장을 봤다.
지금은 LA에 딸아이가 혼자 있는데 머리를 자르러 한인타운에 가게 되면
머리를 자르고 나와 국밥집에 가서 먹는다고 사진을 찍어 보낸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내 아이들은 어쩌다 먹을 수 있는 특식이 국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