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부작용
허리가 조금 살만하게 나아지니 딸아이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손 소독제가 곳곳에 있고 세면대에는 커다란 손 닦는 물비누가 있는데
얼마나 쓰려고 그랬는지 여분으로 사놓은 것들도 꽤나 있었다.
3년 반의 시간 동안 딸 집에 와서 생활의 흐름을 건드린 사람이 없었는지
코로나로 압박이 오는 동안 손 씻는 것도 점점 심해지기만 했는지
손 닦는 일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은 강박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구실이 의대 쪽이어서 위생에 조심을 하면서 살았으니까
거기에 조금만 보태어 조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기존에 했던 행동에 몇 배를 더해서 손을 씻고 있었다.
연구실에 있는 동안에는 가운도 장갑도 마스크도 하고 있고
장갑도 마스크도 여러 번 바꾸고 손도 여러 번 씻는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도 연구실에서 했던 것처럼 하고 살고 있는 것인지
물건을 건드리면 일단 손을 씻는데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혼자서 살면서 그저 조심하자고 하는 마음으로 조심을 하다가
점점 손을 씻는다는 이런 행동이 지나치게 된 것 같았는데
자신은 얼마나 자주 손을 씻는지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왜 이 타임에 손을 또 씻어야 하는지 느낄 틈도 없이 씻고 있었다.
아무리 청결에 코로나 대비라고 해도 이건 지나치다고 지적을 했더니
살짝 놀라는 표정에 머뭇거렸는데 딸아이 자신도 이제야 느끼는 건가 하니
그동안 혼자서 그 혼란스러운 코로나 시간을 버텨내느라 애를 쓴 것 같았다.
많이 가여워 보였는데 이것은 고쳐주고 가야 한다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얼마나 심한지 뭔가 물건을 집어 들고 내려놓으면 손을 씻는다.
그 물건이 집안에 있던 것이었는데도 그러는 게 그냥 무의식 같았다.
집으로 오면서 마트에 들러 우유와 달걀을 사 와 꺼내 놓고는
에코백은 접어서 연구실 갈 때만 쓰는 가방에 다시 넣어두고
입은 옷들을 벗어 분리시키고 손을 씻고 샤워할 준비로 타월을 꺼냈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더럽다는 것에서 해방이 되는지 편안한 얼굴인데
그제야 사 온 우유통을 물로 씻어내고 달걀 상자에서 달걀을 꺼냈다.
왜 하고 물으니 누가 만졌는지 모른다고 종이라서 씻을 수 없다고 하는데
달걀을 그릇에 담아 넣어 두고는 다시 손을 씻고 있었다.
이 정도 철저하면 위생상 아주 썩 좋을 것 같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언제 어떤 상태를 맞이할지 모르니 준비 차원에서
조금씩 면역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고 들었다.
밖에 나가려면 자신의 신발을 집으면서도 휴지가 필요하고
엘리베이터를 누르려고 휴지 한 장을 들고나간다.
밖에서도 수시로 손소독제를 뿌리면서 내 손에도 뿌려 주는데
나는 밖에서는 뭐든 손으로 만지는 일에는 주저하지 않으면서
손을 얼굴로 가져가는 것만 안 하도록 잘 지켰더니 무사했었다.
그래서 내가 산 증인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마음 편하게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하지 말도록 이야기를 했다.
냉동 과일로 아사이 볼을 만들어 먹자고 하더니 딸아이가 놀래며
바나나며 딸기의 과일 형태가 그대로 있는 거였구나 하면서
그동안은 다 녹아 뭉쳐 있어서 떼어 내기도 힘들었다고 해 웃었다.
냉동 과일을 사 와 샤워 마칠 때까지 두었다가 봉지를 물로 씻었으니
과일 형태가 사라진 것인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면봉이 비닐봉지에 담겨 있어서 물었더니
상자를 씻을 수 없어 알맹이만 놔둔 것이라고 한다.
뭐든 사 오면 물로 씻던지 아님 알맹이만 놔두는 것으로
음식물도 얼른 옮겨서 용기를 버리면서 복잡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딸아이가 스스로도 힘들었었는지 바꾸려고 노력을 하면서
집안의 물건을 집어 쓰고 내려놓고는 손을 씻으려다가 멈칫하는데
쭉 집에 있던 물건이라고 내가 한마디 거들면 그치 하면서 넘어갔다.
이제는 집안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여유롭게 지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