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본에서 사는 것

전생이 독립투사

by seungmom

공항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잔뜩 샀더니 묻는데

황당한 대답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가고 싶지는 않은 집으로 가는데 필요합니다 라고..


일본은 나라 전체가 진실성이 부족해서

같이 겉핧기만 해야 손해 보는 일이 적다.

근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것은 무시를 하면서도 말은 무조건 칭찬을 한다.

그러나 그런 친절했던 사람이 돌아서서 바로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그 이중성은 대단하다.

그렇게 키워져 왔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으며

그래서 당연히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니 피장파장이다.

강한 자에게 아부를 하는 것은 전략이고

약한 자를 우습게 보는 것은 힘이 있다는 증거다.


어쩌다 이런 나라에 흘러 들어와 살게 된 나는

분리수거를 하면서 일본을 깨끗하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자니 양심이 걸리고 잘 따르자니 일본을 위한 것 같아 고민이 많다.

영어도 못하는 미국에서도 했던 봉사를 이곳에서는 하지 않는다.

가능한 일본을 위하는 일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 치는데

그러다 보니 내 생활이 너무 단조로워져 버렸다.


나에게 누가 이런 생각을 심어 줬었는지 생각을 더듬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영향을 줄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뭔지...

일본이라면 무조건 싫고 미워서 거부하는 나에게

대학 때부터 친구들은 전생이 독립투사였을 거라고 했었다.

아마도 독립운동을 하다가 억울하게 죽어 한이 맺혀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무조건 일본이라면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고...


일본에 와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이 전생이 독립투사인 나는

매일 이를 갈면서 잘 사는 일본의 모습에 짜증을 내는데

일본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처럼 즐기자고 마음을 먹어도 쉽지가 않다.

이것은 친구 말대로 한 많은 독립투사가 나의 전생이라면 이해가 된다.


이런 내가 일본에서 산다는 것은 매일이 고행이고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지구인이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 지구인으로 살아가자고

그렇게 생각하니 적어도 분리수거를 하면서 생기는 갈등은 해결이 되었다.








keyword
이전 01화지진으로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