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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흔들렸다.

중년의 경지

by seungmom


미닫이 문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컴퓨터의 뉴스를 읽고 있는데

같은 박자의 부딪침이 신경에 거슬리더니

이번엔 살짝살짝 내가 앉은 의자가 흔들려

진짜 지진이 오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얼마나 흔들릴까

이 오래된 아파트는 괜찮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모두 해도 흔들림은 계속되었다.



ハイツ とは 主に 木造や軽量鉄骨造の建物

하이쯔(ハイツ)는 거의 월세로 빌려 주는 집으로

대부분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집이 얇고


マンション とは 主に 鉄骨(S), 鉄筋コンクリート(RC)、鉄骨鉄筋コンクリート(SRC)造の建物

맨션(マンション)이라고 불리는 집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집이 묵직하다.


전원생활을 하던 집은 하이쯔였는데 거의 바깥 상황을 안에서도 느낄 만큼 전달이 빨라서

간혹 심심하면 한 번씩 오는 지진의 느낌도 고스란히 나의 체중에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그 흔들림은 변함없는 일상을 갑자기 긴장하게 해 주는 역할도 했었다.


도심의 이 낡은 맨션으로 이사와 처음 맞는 흔들림은 이제까지와 비교하면 너무 부드러웠는데

역시 콘크리트 집이라 다르구나 하는 어설픈 지식에 확신을 주었다.

그런데 지진 정보를 보니 이곳은 흔들림이 감지되지 않았는지 지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흔들림이 느껴져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


초등학교 때 지진 교육을 철저히 받은 딸아이는 이런 말들에

느끼려고 하지 말고 현관을 열어 놓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훈계를 늘어놓는다.


미국의 아파트에서 흔들렸을 때엔 정말 유원지의 기구를 탄 것 같이 요란했는데

흔들려야 할 때 잘 흔들리고 있는 것이 좋은 건지

흔들고 있는데 흔들거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딸아이가 다니는 곳에서 지진의 흔들림이 오니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들 놀래서 야단이었다고 하는데

그중 일본인만은 태연하게 앉아 오랜만에 느껴보니 이것도 懐かしい(그립다, 반갑다)라고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접하면 이런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 같은데

나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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