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유익
스무살이 되면서 전에 없던 취미가 생겼다. 다름아닌 독서다. 독서에 취미가 생기기 전까지는.. 읽어본 책이 교과서 말고는 딱히 없을 정도로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초등학교 1학년 언저리쯤 읽었던 그림 책 <플란다스의 개>를 떠올릴 정도. (어린 나이에 엉엉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무튼, 아이가 생기고 이 취미가 제법 많은 도움을 주었다. 누군가는 ‘책 읽어서 뭐해’ 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임신기의 아내를 이해하고 육아를 하는데는 아주 유용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아내가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관련된 책을 몇 권 찾아 보았다. 아빠 육아 관련 책들과 임신기에 도움이 되는 요리책, 임신 육아에 대한 정보를 방대하게 다루고 있는 책 등이다. 아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임신한 아내의 입장에서 쓴 책도 찾아보았으나, 의외로 발견하기 어려워 미처 읽어 보지 못했다.
아빠 육아책을 읽고서는 아빠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남편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읽고 마인드 셋팅이 어느 정도 되어서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누구나 “아내가 제일 힘들어, 아내한테 잘해야지” 라는 말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뭐, 당연한 얘기라고 가볍게 흘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남자도 그만큼 힘들지”라고 맞받아 칠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산후우울증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심각해 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알게 된다면? 출산 트러블에 어떤 종류들이 있고 그것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된다면? 아이가 생겼을 때 아내의 몸 속에 장기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배운다면? 그정도만 알아도 아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아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 알게 되니, 저절로 아내를 지지하게 되고 응원하게 되고 사랑이 더 깊어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것은 아내고, 신체적인 변화와 그로 인한 힘든 것들을 감당하는 것도 아내다. 상대적으로 남자는 임신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있어서 관심을 소홀히 하기 쉽다. 나는 절대 아내가 이 임신이라는 큰 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아내는 지금도 임신했을 때를 떠올리면 엄청 행복했다고 말하고는 한다. 어느 정도 노력이 통한 거 아닌가 싶다.
임신했을 때 제일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을 읽은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정말 잘했다고, 나 스스로에게도 칭찬해주고 싶다.) 이미 좋은 선배 남편, 좋은 아버지들이 남겨 놓은 기록의 덕을 나도 아내도, 그리고 뱃속에서 편히 지냈을 아이까지 톡톡히 본 셈이다. 예비 아빠들이여, 책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