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서 떡볶이를 먹고 동네 서점을 기웃거리던 중, '대통령 당선 기념 특별판'이라는 책날개에 둘러싸인 이 책을 보고 냉큼 집어 들었다.
저자는 문재인이다.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과 노무현의 삶, 그들이 살아온 뜨거운 역사를 담백하게 회고한다. 책으로 접한 그의 삶을 아무리 간결하게 요약해보려 해도 고작 이렇게밖에 표현이 되질 않는다.
한국전쟁 피란민 집안의 둘째 아들로 경남 거제에서 태어남,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학생운동, 강제 징집되어 특전사 복무, 구치소 수감 중 사법고시 합격, 노무현과 함께 인권 변호사로 활동, 부산 지역 민주화 운동의 주역, 대통령 노무현의 민정수석으로 공직 입문, 정치와 권력이 싫어 사임, 안나푸르나 트래킹 중 대통령 탄핵 소식을 접하고 변호인으로 복귀, 비서실장, 대통령 퇴임과 함께 정계 은퇴,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그토록 원치 않았던 정치를 그만두지 못하고 다시 정계로 복귀, 18대 대선 출마...패배...그리고 19대 대통령 당선.
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노무현 정부를 회고하고, 그 성공과 실패를 곱씹으며 쓴 책이다. 직접 읽지 않고는 그가 그의 언어로 표현한 그와 노무현의 삶, 그들이 공유한 이상, 성공과 좌절, 열정과 회한, 진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그 무엇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이렇게 적고 나니 책 뒷표지에 적힌 다음 문장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하고,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은 시대를 많이 앞선 이상주의자였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이상과 좌절을 더 깊게 성찰하고 더 오래 준비했다. 문재인은 노무현보다 더 실용적일 수 있다.
오늘로 취임 100일을 맞은 19대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매우 우호적이다. 아마도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복기한 것이 문재인과 직업정치인들 뿐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을 보내고 두명의 대통령을 겪으며, 한국의 시민들은 그들의 민주주의를 복기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자격이 없는 지도자를 선출했을 때 국격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목도했다.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그의 친구처럼 허망하게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복기하며 깨달았을 것이다. 개혁적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에는 많은 사람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그 지도자가 개혁적 주장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사실을.
한편으로 요사이 인터넷 뉴스 게시판 댓글들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너무 열렬한 나머지 맹목적인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 우려가 부디 기우이길 바란다. 건전한 지지와 합리적인 비판이 공존하는 가운데 임기 후반까지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정부가 되길 기원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회의 민주주의도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