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we meet again soon
까마득히 멀어 보였던 귀국일은 바로 다음날로 다가왔다. 얼마 없는 짐이었지만 부리나케 챙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이 날 캐리어를 열어젖히려 했던 남자였지만, 그 계획을 친구들이 막아섰다. 사실 바로 전 날 저녁식사를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마무리를 하려 했던 것이 그의 의도였지만, 뿔뿔이 흩어지기 바로 직전에 내일도 할 게 없으면 진짜 마지막으로 모이자는 사람들의 의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주 월요일이 패밀리 데이였던 터라 평소보다 하루의 여유가 더 주어졌던 덕분에 더욱 쌩쌩했던 그들은 남자를 호락호락하게 놓아주지 않았고, 그 또한 바뀐 스케줄에 신경이 곤두서기보다는 오히려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는 듯한 뉘앙스로 반응한 것처럼 보였다.
주에 두세 번 가던 헬스장도 문을 닫았기에 조금 늦게 일어나 남아있던 사진 파일들을 정리하고 그는 옷을 갈아입었다. 사진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매일 매고 다녔던 카메라 가방은 그대로 두고 작은 크로스 가방에 카메라와 지갑, 그리고 스마트폰 만을 챙긴 그는 약속 시간에 맞추어 서서히 기울어질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태양빛을 마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5분 정도 기다려 탑승한 열차 칸 안에 들어있던 사람들은 늘 그렇듯, 혹은 이제는 조금 지루하게 보일 정도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좌석에 앉아있는 인물들의 용모부터 시작해 모든 자잘한 것들이 흥미로웠지만, 이제는 그렇게나 깨끗했던 한 이방인의 눈에도 녹이 많이 슨 것 같았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옷차림과 함께 하나둘씩 친구들은 다운타운 안쪽 약속 장소로 모여들었고, 4시 즈음이 되어 그들은 다 함께 하는 마지막 포토워크를 시작했다. 저녁식사 장소가 차이나타운 쪽에 있었기에 1시간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년 여름에 올랐던 언덕배기를 끝으로 멈춰 선 그들은 쨍하게 빛나는 석양과 고층 빌딩들의 실루엣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곧바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몇 달 전부터 남자가 이곳에서 꼭 한 번은 먹고 떠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마파두부를 파는 식당에 다다랐고, 다른 곳들에 비해 협소하지만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던 내부 한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그들은 메뉴판을 펼쳤다.
"뭐야. 너네 다 마파두부 먹을 거야?"
"우리가 주문해서 나눠줄 테니까 넌 다른 메뉴로 골라. 골고루 먹고 가면 좋지 뭐~"
의견을 피력한 주인공은 그렇게 탄탄면으로 메뉴를 바꿨지만 모든 메뉴들의 맛이 매우 훌륭했다. 한국계 친구들은 한국식이 조금 더 입에 맞는다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이 스타일이 덜 달게 느껴졌기에 매우 만족스럽게 다가왔다. 그릇을 모두 비우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앞으로의 계획들과 서로 연결해서 할 수 있을 아이디어들을 주고받은 그들은 한 친구가 입을 씻을 겸 버블티를 마시러 가자는 말에 한번 더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도 1시간가량 떠들어댔고, 시간이 오후 9시에 가까워지자 테이블에서 엉덩이를 떼고 주차된 곳으로 다 함께 조금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1년 동안 나와 놀아줘서 고마워. 솔직히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기분이 안 드네. 왜냐하면 내 생각에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나도 그럴 것 같아서 네가 크게 그립지 않을 것 같다ㅋㅋㅋㅋ"
"너는 4월에 일본 갈 때 꼭 친구한테 한국도 들리자고 해. 그때 넘어오면 내가 거하게 쏠게. 진짜 도움 많이 받았다 친구야."
"이건 1년 동안 같이 다니면서 내가 찍은 네 사진과 풍경 사진들이야. 직접 프린트했으니까 잘 간직해 줘."
"진짜 고마워. 저번에 보내준 파일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데 이게 훨씬 보기 좋네. 건강하고, 필요하거나 도움 될 커넥션 있으면 나도 연락할게. 추우니까 이제 그만 집에 가자~"
"마무리 잘하고 조심히 돌아가~ 비행기 놓치지 말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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