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엽 Nov 20. 2022

제너럴리스트의 성장

이것저것 다 하다가 커리어를 망치지 말자

나는 사업개발 업무를 메인으로 하고 있는데, 업무 특성상 때로는 전략을, 때로는 영업을, 때로는 운영을 하는 식으로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해당 전문영역을 깊게 공부하면 되겠지만, 제너럴리스트들은 이것저것 조금씩 업무를 하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내가 리딩해야 하는 조직 구성원들 또한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나에게 제너럴리스트의 성장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많고, 과거에 브런치에 썼던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에 대해서도 성장에 대한 키워드 검색으로 유입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 역시 뾰족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너럴리스트의 성장에 대해 공유 차원의 글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 글을 적어보게 되었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한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제너럴리스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제너럴리스트 지망생들의 착각


제너럴리스트로서 성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으니까, 아무거나 다양하게 경험하면 돼


라는 말이다. 이 말은 크게 잘못된 말이고, 커리어를 망칠 수도 있는 정말 위험한 말이다.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예시로 들어보자. 매일 헬스장에 가서 어깨 운동 10회, 가슴 운동 10회, 복근 운동 10회, 허벅지 운동 10회, 유산소 운동 10분을 한다고 해보자.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고 했을 때 어깨 근육, 가슴 근육, 복근, 허벅지 근육 등이 발달했을까? 나는 운동에 대해서 전문 지식이 거의 없지만, 이런 운동 방식의 결론은 '효과가 거의 없다'일 것이다.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차라리 다른 운동을 하지 않고 복근 운동만 50회씩 3개월을 했다면 멋진 복근이라도 얻었을 것인데, 이것저것 조금씩 운동을 하면서 3개월을 보낸다면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다.


커리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만약 당신이 좋은 재능을 갖추고 있다면 무엇을 하든지 적은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성취를 거둘 수 있을텐데 오히려 이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략 업무를 1년 정도 하고, 영업 업무를 1년 정도 하고, 사업 운영 업무를 1년 정도 경험했다면,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각 업무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발휘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는 사업 전반에 대해 꽤나 다양하고 폭넓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상태에서 어떤 스타트업의 사업 개발 직무에 지원을 한다고 했을 때, 꽤나 매력적인 3년 차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 이후에 비슷한 방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10년 간 커리어를 이어왔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전략 2년, 영업 1년, 사업 운영 1.5년, 재무 1.5년, 마케팅 1년, 서비스 기획 1년, 인사 1년, 데이터 분석 1년의 경험을 쌓았은 10년 차 직장인이다. 과연 당신은 매력적인 후보자일까? 단언하건대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전략/영업/운영/재무 등 모든 직무에 대해서 당신은 애매한 후보자가 된다. '이 사람은 메인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어중간한 커리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좋은 재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주어지던 꽤나 성공적으로 적응해내고 금세 성과를 낼 수 있었겠지만, 빠른 성과에 취해서 이것저것 하면서 보낸 시간이 쌓여버리게 된다면 '무난하지만 특별히 잘하는 영역이 없는 애매한 사람'가 되어버리고 만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제너럴리스트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으니까, 아무거나 다양하게 경험하면 돼"라는 말은 한 가지 영역에 내 노력을 집중하여 투입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과 두려움에 대한 변명일 것이다. 나만의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영역을 꽃피우는 데에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작업은 꽤나 고통스럽고 고단한 일이다. 또한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그것이 나의 강점 자산이 될 수 있을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력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피하고 싶어 하고 두려워한다. 여기에 그럴듯하게 사용되는 핑계가 "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과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성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뼈를 깎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제너럴리스트도 본인만의 강점 영역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제너럴리스트로 제대로 성장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려면 나만의 특장점을 갖춰야 한다


굉장히 역설적인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는 것의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전문영역을 가진다는 면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1개의 영역에서 상위 5%의 특장점을 갖춘 사람을 지향한다면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3개 이상의 영역에서 상위 25%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다.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캐릭터를 육성할 때 힘, 생명력, 마력 중 1개에 집중해서 육성할지, 혹은 힘과 생명력 2개를 균형감 있게 육성할지를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모든 능력치를 다 고르게 키우면 소위 망한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만다. 

디아블로2의 스탯과 스킬 배분 예시 (출처 : '조무래기의 창고' https://whatugonnado.tistory.com/41)


사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페셜리스트와 비교해서 1개냐, 3개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나만의 강점 영역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10년 차의 직장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10년 차에게 기대하는 깊이감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의 깊이를 갖추어야지 나의 '쓰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강점을 갖춘다는 것은 관심을 넘어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 몇 년의 시간에 걸쳐 꾸준한 노력과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내가 설령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당장 지금의 1~2년은 마치 스페셜리스트와 동일하게 1개의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복근 운동을 집중해야 다른 근육은 몰라도 복근 하나는 확실히 키울 수 있다는 것처럼, 언젠가 내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예정이겠지만 지금은 내가 맡은 업무 1가지에 집중해서 이것을 확실하게 마스터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때, "제너럴리스트가 아무리 역마살이 끼어서 돌아다니더라도 돌아올 든든한 집, 본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모두 다 든든한 집 / 본진을 갖추길 바라는 바다. 




강점 조합하기


앞에서 제너럴리스트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강점을 명확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강점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말해 "강점의 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우리는 어차피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기 때문에 1가지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몇 가지 강점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에 '태니지먼트'라는 강점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지 내용 중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와 같은 내용인데, 내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가진 재능들의 '조합'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태니지먼트 검사에서는 총 24가지의 재능 중 6개를 개인이 가진 재능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1개의 재능만 보았을 때 나와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 인구 중 1/4이겠지만 6개의 재능을 동일한 조합과 순서로 갖춘 사람들 9691만 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유일하다고 봐도 될 정도의 확률)

재능은 각각 차별적인 힘을 나타내지만, 재능의 조합에 따라 팀이나 조직에 기여하는 역할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능의 조합이 동일하게 나올 확률은 1/96,910,000으로 매우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능의 조합을 어떻게 팀이나 조직에서 나타나는지 인식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 경영, 사회 풍자 등에 대해 많은 책을 저술한 만화작가 '스콧 애덤스 (Scott Adams)'는 커리어에 대해서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비범해지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한 가지 특정 스킬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3가지 분야에서 상위 25%가 되는 것이다. 1번은 굉장히 어려운 길이고, 2번은 상대적으로 쉽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2번째 전략을 권해주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너무나 훌륭한 조언이지만, 특히나 제너럴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시사점이 더욱 많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양한 방면에서 고루 경험을 쌓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것저것 모두 하려고 하지 말고 3가지 분야를 정하고 그 3개의 분야에서 상위권에 들고자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1개 분야만 놓고 볼 때 나는 상위 25%의 인재, 어찌 보면 아주 뛰어나진 않은 인재일 수 있지만, 그런 영역 3개가 조합되면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필자 개인의 경험담을 소개드리고자 한다. 현재 나는 사업개발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고, 신사업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업무 특성상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직무이다. (사업개발 직무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사업개발은 직무가 아니라 방향성이다"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필자가 그래도 다른 사업개발자에 비해서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는 영역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재무'에 대한 전문성이다. 커리어의 시작을 재무로 시작하여 약 5년 정도 재무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자금 흐름이나 회계처리 등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었다. 물론 재무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현재의 내가 가진 지식은 미천한 수준이지만, 다른 사업개발을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그 어떤 분보다 재무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비슷한 예로 IT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원티드에서 사업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Product Owner(PO)가 퇴사를 해버서 부재였던 경험이 있다. 할 수 없이 업무 대행을 몇 차례 하게 되었는데 서비스 기획이나 프로젝트 운영, 일정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지식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이 역시도 PO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의 전문성이지만, 여느 사업개발을 하는 분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업개발을 하면서, 재무와 서비스 기획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내가 갖춘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제너럴리스트의 성장에 대한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정리해보자면, 제너럴리스트라고 이것저것 조금씩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몇 가지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키워서 본인만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고 강점을 설계할 때는 단일 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합의 관점에서 보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일을 하다가 어느 한쪽에서도 쓰임이 없어지는 '제너럴리스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모두 자신만의 차별점을 찾아가길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