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어가는 어떤 아저씨의 변
나는 채용 플랫폼 원티드에서 일을 하고 있고, 가끔씩 취업 관련 강연이나 코칭도 하고, 취업에 대한 유튜브도 하고 있다. 당연히 많은 취업준비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취업과 커리어에 대해 조언을 해줄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회사에서 좋아하는 인재상은 어떤 걸까요?
내 대답은 항상 이러했던 것 같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아닐까요?
회사별로 인재상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직무마다, 팀마다, 사람마다 더 선호하는 사람의 유형이라는 것이 있다. 나 또한 원티드라는 회사에서 찾는 인재상에 의거하여 사람을 뽑지만, 사업개발팀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선호하고 애정 하는 사람의 유형은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준이 있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성공적인 커리어 성장을 꿈꾸는 사람의 입장에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추상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기준들을 관통하는 기준은 결국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업무적인 능력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요소이며, 신입이라면 향후에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선보이면 되는 것이고, 경력이라면 지금 업무를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업무 외적인, 소위 인성이라고 하는 부분은 결국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요약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함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추상적이어서 잘 연상이 되지 않겠지만, 회사에서 함께 하기에 일이라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이니 다른 편한 관계에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바꾸어 생각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상상은 아닐 것이다.
친구 관계를 생각해보자. 내가 친구로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 함께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인연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비슷할 것이다. 내 성향에 따라서 활발한 사람,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겠지만, 어떤 친구가 좋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은 비슷한 답을 할 것이다.
환경의 변화, 감정의 변화에 흔들리기보다는 의리 있게 한 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내가 맡은 일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완수하는 사람
부정적인 에너지보다는 긍정의 힘으로 웃음을 가져다주는 사람
남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알고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쉽게 감정을 싸지르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대화할 줄 아는 사람
필요하다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참을 줄도 아는 사람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위와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저런 사람들과 사람들은 함께 있고 싶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회사에서도 저런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고 싶고, 뽑고 싶은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누군가는 이런 글을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꼰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제 시대가 달라졌는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말한 유형의 사람들이 소위 말해 어른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통 어른들이 "잘 컸다"라고 칭찬을 해주는 사람. 그렇다고 해서 저런 사람을 젊은 사람들은 싫어할까? 절대 아닐 것이다.
올해 봄부터 회사에서 우리 팀 인턴을 채용하여 2명째 일을 같이 하고 있다. 그 중 나이가 많은 친구가 93년생이고, 어린 친구가 97년생이니... 나랑은 최소 10살이나 차이나는 친구들이다. 그 정도 차이가 나니 그 친구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하는지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원티드가 조직이 커지면서 예전처럼 다른 팀에 소속된 직원들과 소통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 팀 인턴 친구들을 대하는 다른 팀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하나 같이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대해줌을 깨닫게 된다. 회사는 점점 커지고 체계화되면서 같이 이야기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더군다나 이 친구들은 사회 초년생으로 실수하고 배워나가고 있고 주어진 시간도 길지 않다. 하지만 다른 팀의 어떤 경력직이나 인턴에 비해 많은 애정을 받고 있다고 나는 자부한다. 아마 그 친구들이 저런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크기와 문화, 시대의 변화에도 바뀌지 않는... 보편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질들 말이다.
물론 시대는 달라진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고, HR분야에서도 밀레니얼을 어떻게 조직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간신히 끼어들어 한 자리 차지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뉴밀레니얼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그 유형이 표현되는 방식, 온도,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부정적인 에너지보다 긍정의 에너지를 표출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하였다. 예전 같으면 서로 끈끈하게 정을 나누고 개인사 하나하나를 공유하면서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었다면, 이제는 서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것들을 좀 더 존중하면서 에너지를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줄도 아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전 같으면 조직과 상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희생, 감정적인 복종을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희생보다는 필요시에 남을 위해 내 것을 조금 포기할 줄 아는 것, 내가 여유가 있을 때 조직을 위해 여유분을 조금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을 애정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꼰대가 되어간다는, 아재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내가 먼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 누군가 그렇게 나를 묘사해서 그런 것인지, 그렇게 세대를 구분 짓는 세태의 영향인지 잘은 모르겠다. 나와 내 전 세대의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의 결이 다르다. 나와 내 다음 세대 또한 마찬가지로 다르다. 아마 그 다름의 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질 것이다.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불려지는 사람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시대와 상관없이 그런 '좋은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