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룸 넥스트도어>를 보고... (스포 살짝)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초록색까지!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이렇게 원색계열이 가득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죽음을 떠올리면 저승사자의 색, 검정이나 회색정도를 생각하게 마련인데 일반 다른 영화보다도 색감이 화려하다. 잉글리드(줄리안 무어)의 저자 사인회에서 하이앵글로 잡힌 진열된 책부터 심상치 않다. 잉글리드가 마사의 투병이야기를 듣고 마사의 병원에 방문하는데 ‘아! 감독이 작정을 한 영화구나’했다. 마사의 집은 더욱 과감한 색상의 인테리어로 시선을 끈다. 마사와 잉글리드의 옷도 색상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붉은색과 녹색의 대비는 서로를 돋보이면서도 서로를 감싸안는 듯하다. 색에 관해 하나만 더 눈여겨본다면 자동차색이다. 마사의 남자친구가 불이 난 집으로 뛰어들어 가던 날 탔던 빨간색 집업트럭과 마사와 잉글리드가 펜션으로 들어가는 길에 탄 빨간 볼보차는 분명 의도된 설정일 테다. 펜션에서 마사의 방 문 색도 빨간색이었다. 죽음을 향하는 색은 어두운 검은색이 아니라 열정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잉글리드는 빨강을 중화시키듯 초록으로 안아준다. 따뜻한 생명의 색 초록. 삶과 죽음은 함께 맞닿아있다. 사랑으로.
누구나 죽음으로 향한다. 죽음으로 향하는 길에 놓여있지만 따뜻하게 감싸 안아줄 사랑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무섭지 않으려나? 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항암을 할 때 옆지기(영화 제목인 옆방과 견주어 옆지기라는 말이 새삼 포근하다.)와 아이가 함께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또 걱정해 주고 찾아와 준 많은 지인들이 있어서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큰 병이 아니래도 언제든지 길 가다가 차에 치일 수도 있고 발을 헛디뎌 어디선가 추락할 수도 있고 죽음은 늘 곁에 있다.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영화나 소설을 보게 되면 그제야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본다.
마사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에 있던 종군기자였다. 항암(자궁경부암 3기)에 실패했을 때는 비참했으나 차분하게 그녀의 죽음을 준비했다. 생의 마지막날을 그녀가 선택할 준비. 그녀의 방엔 스페인 장례문화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리고 펜션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걸려있다. 그녀는 호퍼의 그림에서처럼 일광욕하듯 따뜻한 햇살아래서 죽음을 맞이한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천재적인 미장센이다.)
영화의 원작 <잘 지내나요>도 좋았지만 영화는 특별히 상 받을 만하다.(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눈 내리는 장면이 병원에서와 펜션에서 나온다.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에 나오는 구절과 함께. “눈이 내린다. 온 우주에 희미하게. 그리고 희미하게 내린다. 모든 산 것과 죽은 것들 위로”(여기서 한강 작가 생각이 안 날 수 없다.) 더 이상 죽음이 무섭고 슬프지만은 않다. 차갑지만 포근하고 사뿐한 눈송이처럼 우아하게 죽을 수 있다. 나도…
룸 넥스트 도어 The Room Next Door (2024)
개봉 : 2024-10-23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시간 : 107분
장르 : 드라마
국가스페인,미국
개봉 : 2024-10-23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 틸다 스윈튼 (마사) 줄리안 무어 (잉그리드) 존 터투로 (데이미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