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음 틈만 있어도 숨을 쉰다

<슬픔의 틈새>_이금이 작가의 소설

by 서리다

친구가 이금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자 했다. 아! 이금이 낯설지 않다. 선물 받자마자 후루룩 읽었던 기억이 났다. 아나운서 이금희와 이름이 비슷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그 전에 내가 읽었던 책 중 가장 두꺼웠다. 그때만 해도 책과 그리 친하진 않았다. 그런데도 그렇게 신나게 읽었던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그 이금이 작가의 책을 또 읽는다.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이라고 한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그리고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 이어서 <슬픔의 틈새>가 3부작이다. 이를 어째, 첫번째 책은 기억이 안나고 두번째 책은 안 읽었는데 세번째 책을 읽어도 괜찮을까? 그건 기우였다. 처음 읽었던 두꺼운 책 못지않게 주루룩 읽었다. 쏟아지는 이름들에 정신 좀 없긴 했지만 노트에 덕춘네 가족의 가계도를 그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대로 정리가 잘 된 글이라 단옥의 성장을 응원하며 읽었다.

image.png 가계도_사계절출판사l

덕춘과 단옥의 삶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리 저리 빗자루질 되듯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살았다. 일제시대때 국내에서의 어려움은 들은 바가 많았지만 사할린으로 흘러간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알지 못했다. 요즘엔 주변에 고려인이 많아지고 있다. 언어와 삶의 방식의 차이로 인해 편치 못한 삶을 사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듣곤 한다. 그럼에도 크게 관심을 갖거나 궁금해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타국에서 국가의 보호나 관심을 받기는 커녕 외면 당한 우리 민족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덕춘과 치요에서 단옥과 유키에게 이어지는 굳센 여성들은 그 거친 삶 속에서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았다. 여전히 먹고 살면서 사랑했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가정을 지키고 연대했다. 슬픔의 틈에서 일상을 살았다. 1세대에서 2세대에 이어 3세대까지 건물사이에 피어나는 장미처럼(H1-KEY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생명이 이어졌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국가는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지? 광복으로독립으로 고국에서는 만세를 불렀지만 단옥네는 오히려 이산가족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무국적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또 살아간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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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한국의 이야기, 한국의 역사 한 조각을 어렵지 않게 일깨워 준 작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고 고맙다. 그들의 삶이 증발되지 않도록 책으로 기록하기 위해 작가는 얼마 많은 자료조사를 하고 발품을 팔며 긴 시간을 보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책은 귀한 작품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도 이참에 읽어야겠다. 일본과 사할린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우리 민족, 우리 여성들의 아픔을 껴안아 가슴으로 공감하는 시간을 갖아야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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