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는 아이
드디어 빛이의 유치원 입학식 날이다.
"혀엉~님이 된다는 건, 내~ 키가 훌쩍 자라났다는 것!
형님이 된다는 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
빛이의 노랫소리가 경쾌하다. 엄마, 아빠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10분 동안 이 노래가 반복되며 빛이의 어깨도 점점 올라간다. '형님', '유치원생'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누가 보면 대기업 입사라도 한 줄 알겠다.
안내에 따라 유치원 4층 강당으로 올라갔다. 한 1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앞쪽에 모여 앉고, 부모들은 뒤편에 따로 앉았다.
몇몇 아이들은 입학식 중간중간 계속 뒤를 보며 자기 엄마, 아빠를 찾았다.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면 옆에 있는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고개를 돌린다.
"어, 잘하고 있어. 앞에 봐. 앞에 봐."
돌아보는 아이의 엄마가 누구인지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저기 보인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힘차게 손을 흔들며 아이를 향해 격한 응원의 눈빛과 표정을 보내는 사람. 소리는 내지 않지만 입모양만 봐도 말이 들린다.
아직까지 앞만 보고 있는 빛이가 언제 뒤를 돌아볼지 몰라 난 아이의 뒤통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다. 얼굴엔 환한 미소를 장착하고, 눈빛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눈에 힘을 바짝 주고 기다린다.
입학식이 끝났다. 녀석은 마지막까지 한 번을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눈이 상당히 피로하다.
강당을 빠져나와 교실을 둘러봤다.
넓고 쾌적한 교실 곳곳에는 빛이가 좋아하는 미술도구도 많고, 블록이나 주방놀이 세트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빛이의 즐거운 눈이 돌아가느라 바쁘다. 그러다 돌아가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어? 이거 옛~날에 다니던 어린이집에 있던 건데?"
빛이의 말에 콧방귀가 절로 나온다.
"빛이야, 근데 너 그 옛~날에 다녔다는 그 어린이집 엊그제까지 다니던 곳 아냐? 아빠가 알고 있는 거기 맞지?"
빛이가 자신도 민망했는지 엄청 깔깔대며 더 큰 소리로 대답한다.
"맞아!"
신나는 오늘 앞에 지나간 어제는 참 빨리도 잊는 아이. 입학식에서도, 교실에서도, 놀이터에서도, 늘 앞만 보는 아이. 그저 현재에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좋다.
빛이야, 지금은 앞만 보며 달려가지만, 그래도 살면서 가끔 고개를 돌리고 싶을 땐 언제든 뒤를 돌아봐도 돼. 항상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