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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입성

꿈이 이루어지는 날

by 윤슬기

생후 22개월 둘째 하늘이가 드디어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첫째 빛이가 41개월 만에 들어간 걸 생각하면 시간을 거의 절반으로 당겼다. 의사표현을 충분히 하는 때라 하늘이가 안 가겠다고 하면 굳이 억지로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하늘이 입장에서 어린이집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난 1년간 이 날만을 기렸을 거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언니를 따라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집에서 고작 30초 거리의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언니에게 창밖으로 손만 흔들어 왔다.


'너도 저기 가고 싶어?' 하고 물어보면, 늘 강렬한 눈빛과 함께 '어!' 하고 대답하던 하늘이다. 그런 하늘이가 지금 나와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들어간다. 그 발걸음이 힘차고 당당하다.


참 감사하게도 많은 선생님들 중 작년에 빛이 담임선생님이 하늘이 반을 맡게 되었다. 빛이가 하원할 때 늘 하늘이와 함께 갔었기에 하늘이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아버님, 이번 주는 적응기간이라 하늘이랑 한 시간 정도 같이 있다 가시거나, 혹시 잘 적응하면 오전 시간까지는 한번 있어볼까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동안 하늘이의 눈은 신세계를 받아들이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으로 어린이집의 넓은 내부를 구경하는 호기심 강한 눈은 독립심으로 가득 찼다. 난 마음을 바꿨다.


"선생님, 죄송한데 그냥 하늘이만 한번 두고 가 봐도 괜찮을까요? 혹시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아빠 찾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제가 대기하고 있을게요."


그간의 신뢰관계가 충분히 있기에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셨다.


"그럼 그렇게 해볼까요?"

"네, 근데 아마 안 찾을 거예요."


역시나 하늘인 아빠를 찾지 않고 오전 시간을 과하게 잘 보냈다. 집에 돌아가기 싫을 만큼.




지난주 내내 하늘이에게 물었었다.


"너 저기 가면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잘 지낼 수 있어?"

"응!"


"엄마아빠 없어도 괜찮아?"

"응!"


"저기 보내주면 엄마아빠 말도 더 잘 들을 거야?"

"응!"


"그럼 갔다 와서 어린이집에 무슨 장난감 있는지, 친구들이랑은 뭐 하고 놀았는지 아빠한테도 얘기해 줘?!"

"알았어!"


이 아이에겐 어린이집도, 치과도, 병원도, 늘 '가고 싶은 곳'이다. 예방접종 맞는 날조차 자신의 용기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상은 커다란 놀이터일 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가 클수록 그만큼 채워진다'고 믿으며 산다. 다만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중요하다.


누군가가 내 기준에 맞추기를 바라는 건 내가 생각하는 '기대'가 아니다. 내 뜻대로 반응하지 않는 상대에게 '화'만 난다. 내 틀에 갇힌 기대에는 결국 실망이 뒤따른다.


내일의 시간이 선물로 다가올 거란 기대, 그런 '희망을 품은 기대'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예상대로 되지 않아도 좋다. 예상치 못한 선물은 또 다른 기쁨이니까.


마음에 기대를 심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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