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산소마스크의 가르침

누구를 위한 여행?

by 윤슬기

빛이가 처음 제 발로 비행기에 오른다. 그 발걸음이 참 가볍고 힘차다. 뒷모습에서도 표정이 보인다. 방긋방긋 환한 미소로 어린아이를 맞이해 주는 친절한 승무원들의 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의 첫 이륙을 기다린다.


비행기 탑승


비행기를 타면 이륙 전 으레 나오는 안전수칙 안내가 있다. 늘 흘려듣던 방송이지만 오랜만에 들으니 그마저 반갑다. 게다가 처음으로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뭔가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산소마스크는 본인이 먼저 착용 후 동반자를 도와주십시오."


방송 내용도 그렇고, 안내 그림을 봐도 보호자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 아이에게 씌운다. 위급 상황에서 내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면 아이를 제대로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 안내_산소마스크


내가 바로 서지 못하는데 어찌 누군가를 일으켜 세울 수 있겠는가. 나는 게으르면서 아이에게 성실함을 요구하는 것도, 내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아이는 책 읽기를 바라는 것도, 참 웃기는 얘기다.


어떤 면에서 희생도 비슷하다. 내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희생은, 결국 아이의 숨도 막는다. 내가 즐기지 못하면서 아이의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준다는 생각 역시 얼마나 어리석은가.


누구를 위한 여행인가.


아이의 첫 이륙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다시 내 이륙의 감정에 오감을 기울여 본다. 가장 나를 위한 여행이 가장 아이를 위한 여행이란 마음으로.


안전수칙 안내방송 한 구절이 여행의 정신을 깨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