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4일
평소 말없기로 유명한 D와 통화했다.
무려 세 시간이나.
“너 원래 이렇게 말 잘했어?”
자정을 넘기며 정신이 꿈나라를 향해가는 나와 달리,
방학 중인 스무 살 대학생의 뇌는 점점 맑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진지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대화가 오갔고,
역시나 비전트립에 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었다.
“이번 비전트립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바가 뭐야?”
비전트립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마치 공통문항처럼
으레 던지는 질문이었다.
“전 마음을 비우려고요.”
스무 살 막내의 대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의외의 답변이라 약간 멍했다.
“응? 무슨 의미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까봐?”
“뭐 그런 것도 있고, 비워내야 채워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비워내기 위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요.”
D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답이라 속으로 웃었다.
“너에 대해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아?
그런 면에서 하나님도 조금 서운해하실 것 같은데?”
우린 다시 하나님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려는 헛된 기대가 아닌,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주실 것에 대한 그런 기대 말이다.
기대해.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그리고 그 기대를 뛰어넘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한번 잘 지켜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