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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기 Jan 17. 2024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

2023년 7월 28일

9년 전, 교회에 하나뿐인 부목사님이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예수님이 이 땅을 살아간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주위에서 이런 얘기가 오갈 만큼 참 특별한 분이셨다.

반드시 다시 일어날 거라 굳건히 믿어왔던 온 교회는 

깊은 슬픔에 잠겼고, 한동안 ‘우울의 늪’을 헤맸다.


사랑헌신의 빈자리를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대체할 누군가를 찾기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분을 어디서 또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것조차 

우리의 욕심처럼 느껴졌으니까.


온 교회가 힘을 모아 그 빈자리를 메워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많이 힘들었다. 

최근 몇 년은 코로나까지 겹쳐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우리교회가 평균 3년에 한 번은 보내던 비전트립을 

거의 9년 만에 가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사이 아이들은 훌쩍 자라 성인이 되었고, 

교회의 구성원들도 꽤나 많이 바뀌었다.

비전트립을 보내는 그 의미와 마음을 

기억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역시나 ‘기도’임을 깨닫는다.

기도제목을 하나씩 정리해본다. 

청년들을 생각하며 하나씩 적다보니 끝이 없지만, 

추리고 추리어 12가지를 뽑았다. 




01. 성령님의 인도하심

준비 과정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성령님의 동행하심을 느끼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맘껏 고백하는 시간이 되길. 

성령께서 인도하신다는 의미를 온몸으로 깨닫고, 

남은 삶에서도 성령님과 늘 동행하는 법을 배워오길.


02. 우리의 계획과 예상은 거의 다 틀리다

우리의 좁은 틀 안에서 매번 하는 고민과 예상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깨닫게 되길.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는 순간들을 맞이하며 

하나님께서 그리시는 삶의 거대한 지도를 보게 되길.


03. 삶의 방향 바로잡기

‘부자청년’의 길을 좇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발걸음을 돌려 진정한 제자로 살아가는 지혜와, 

그렇게 살아가기로 결단하는 용기 주시길.


04. 하나님께 묻는 법 배우기

한걸음, 한걸음 하나님께 묻는 법을 배우길. 

내가 계획하고, 내가 꿈꾸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 물어봄으로써 하나님의 꿈을 꾸고, 

그분의 계획에 따라 순종하며 나아가는 믿음 주시길.


05. 상황을 즐기는 유연함

계획한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지라도 의연히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여유 주시길.

어떠한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고 주님만 바라볼 수 있길.


06. 비교하지 않는 마음

여행 가운데 함께 하시는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아등바등 비교하는 삶으로부터 자유하게 되길.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가장 ‘나’다운 모습을 회복하길.


07. 결코 변하지 않는 것

무너진 고대도시와, 교회의 과거, 현재를 바라보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를 깊이 깨닫게 되길. 

진리 되신 그리스도께 내 삶을 던지고,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며 살아가기로 다짐하길.


08. 특별한 위로의 순간

대자연 속에서, 말씀을 통해서, 또 서로의 만남 가운데, 

내 삶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음성을 듣게 되길.

마음이 녹아내리는 하나님의 위로의 순간을 만나게 되길.


09. 예배의 회복 

잃어버린 예배의 감격이 회복되길. 

그 땅에서 드리는 예배를 통해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고,

 늘 기대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예배를 준비하게 되길. 

관중석의 구경꾼이 아닌, 잘 훈련된 선수로 자라가길.


10. 그리스도께 깊이 뿌리내린 한 사람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바로 알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여 

그리스도께 온전히 뿌리내린 한 사람으로 자라가길.


11.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하기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온몸으로 충분히 깨닫게 되길. 

온 교회로부터 받는 큰 사랑 안에 푹 잠겨보길. 

그 사랑이 차고 넘쳐 흘려보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12. 청년다움의 회복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끝없는 도전이 계속되길. 

청년들의 그 에너지가 청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교회의 청년다움으로 이어지길.




담임목사님께 말씀드리고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 인도의 자리는 언제나 너무 무겁지만,

지금은 그 부담감보다 간절함이 더 크다.


엎드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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