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9일
예전에 S권사님께 들은 얘기가 있다.
중고등부 아이들 간식 사러 마트에 갔는데
다른 마트에서 몇 백원 더 싸게 팔았던 기억이 나면
거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거다.
시간과 노력, 기름값 생각하면 참 비효율적이지만,
그렇게라도 교횟돈 한 푼 더 아끼겠다는 그 마음은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리라.
한 사람이 교회공동체의 어디쯤 들어와 있는지는
작은 행동만 봐도 금방 드러난다.
교회 복도에 떨어진 작은 쓰레기를 줍는지,
빈 방에 불이 켜져 있나 확인해보고 끄는지,
공금을 얼마나 아껴서 사용하는지 등.
그런 면에서 이번 비전트립 회계를 맡은 K와
행정팀에서 숙소예약을 담당한 D는
그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하는 청년들이다.
쉽게 말해, 대단한 짠순이들이란 얘기다.
여기에 최저가 항공권을 악착같이 찾아내는 짠돌이,
나까지 추가로 합세하여 숙소예약에 들어갔으니….
지난 몇 주간 다른 팀원들이 찾아본 숙소들은
가격 면에서 우리 셋 눈에 찰 리가 없다.
물론 팀원들도 정해준 가격선에서 찾아오긴 했지만,
왠지 훨씬 더 저렴한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원들이 '스스로 찾는' 좋은 경험을 해봤다는 사실에
약간은 억지로 만족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
이렇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일하는 것,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나눠주고 기다리는 것,
스스로 선택한 길임에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좋아하고 시간에 예민한 내게
비전트립은 계속해서 어려운 과제를 던지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할 훈련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짠돌이, 짠순이들이 머리를 맞대니
정말 가성비가 기막힌 숙소들이 튀어나온다.
열기구투어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앙카라' 숙소와
마지막 3박 4일을 지낼 이스탄불 숙소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숙소예약을 멋지게 마쳤다.
아주 만족스럽다.
‘가성비’라는 공동의 목표 때문일까.
손발이 착착 맞는다.
앙카라 숙소는 우선 보류하기로 하고,
마지막 이스탄불 숙소예약만을 앞둔 상황.
D가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자리 잡은
오래된 수련회장 느낌의 숙소를 하나 찾아냈다.
세련되진 않지만 빈티지한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했고,
무엇보다 가격이 최고로 착했다.
“여기도 좋긴 한데, 쫌만 더 쓰자!
이때쯤이면 여행 막바지라 잘 쉬어줄 필요도 있고….”
난 평점이 제일 높은 숙소를 하나 찾아 보여줬다.
우선 공간이 굉장히 넓고,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루프탑테라스를 갖춘 복층의 고급아파트였다.
가격을 본 K의 눈이 커진다.
“쌤! 지금까지 앞에서 어떻게 아꼈는데 이걸 해요!”
D까지 거든다.
“저 몽골 비전트립 갔을 땐 매트 하나 깔고 잤는데….
너무 호화스러운 거 아니에요? 애들 버릇 나빠져요.”
처음으로 나와 의견이 갈렸다.
억울하다.
저 짠순이들이 저렇게 발끈하는 것 보면
내가 엄청나게 비싼 숙소를 고른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도 아니다.
원래 1박 예산으로 잡은 상한선에 딱 맞춘 건데
앞에서 너무 아꼈기에 상대적으로 비싸 보일 뿐.
이대로 진행해도 이미 숙박비만 300만원 이상 아꼈다.
“숙소가 주는 감동도 한번 느껴봐야지!”
“그래도 이건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마지막 3박이 이전 꺼 6박이랑 가격이 비슷한데요?”
2대 1이라 불리한 입장.
그것도 교횟돈 아끼자는 청년들 앞에서
더 쓰자고 우기는 뭔가 이상하고 우스운 상황이다.
“그러려고 아낀 거지. 그냥 해!”
설득엔 진작 실패했고, 우격다짐으로 결정했다.
마지막 결제하는 K의 손끝이 떨린다.
교회를 사랑해서 아끼는 너희들 마음은 잘 알겠지만,
너희를 사랑해서 더는 못 아끼는 내 마음도 알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