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의 초등학교/유치원 적응기
빛이와 하늘이가 초등학교, 유치원에 입학했다.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등교시간.
어린이집, 유치원 다닐 때는 늦게 일어나면 늦게 일어나는 대로, 뭉그적거리며 늦게 준비하면 그냥 기다려주고, 가기 싫다고 떼를 쓰면 놀이터에서 같이 놀다 들어갔다. 심지어 아이들 기분에 따라 '오늘 갑자기 놀러가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라는 알림장을 급히 남기며 어디론가 휙 떠나기도 했다.
"너희들 이제 초등학교랑 유치원 가면 진짜 형님 되는 거야. 형님이 되면 시간을 잘 지켜야 해.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이거든."
이렇게 말하면서도 아이들이 그동안 그 자유로웠던 시간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는 늘 의문이었다. 빛이는 등교하기 일주일 전부터 매일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아빠, 나 빨리 학교 가고 싶어!" 했다가, 다음 날은 "나 학교 가기 무서워. 학교는 지각하면 안 되잖아." 그러기도 하고. 그 마음의 변화가 너무 눈에 잘 보여 귀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그 작은 가슴이 안쓰러워 응원하게 된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의 시간은 초등학교 시계에 맞춰 형님이 됐다. 5살이 된 하늘이 역시 언니의 시간을 잘 따르고 있다. 밤에 그렇게 안 자려고 늦게까지 버티던 아이들이 이제 일찍 잠든다. 아이들의 적응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참 감사한 일이다.
지금은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아이들 스스로도 어깨가 한껏 부푼 상태. 그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하늘아, 물병이 비어 있네? 다 마신 거야?"
"응, 다 먹고 선생님이 더 채워줘서 그것도 다 마셨어."
"아 그래? 그럼 화장실은? 처음인데 유치원 화장실에서 쉬도 해봤어?"
"응, 똥도 쌌는데?"
"어? 그럼 다 싸고 어떻게 했어?"
"닦아주세요오~ 했지?!"
"잘했네. 유치원에서 새로운 친구는 사귀었어?"
"아니. 근데 친구가 하늘이를 사귀었어. 소미야. 그래서 하늘이가 소미 얼굴을 그려서 선물로 줬더니, 소미도 하늘이 그려서 줬어."
다음 날, 유치원에서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하늘이가 너무 적응을 잘하고 있어요. 똥도 두 번이나 쌌고요. 처음 만난 친구랑 서로 얼굴을 그려주네요. 반 친구들 앞에 나와서 모범사례로 박수도 받았어요. 집에서도 칭찬 많이 해주세요."
적응 완료. 낯선 곳에 처음 가서 두 번이나 똥 싸고 온 딸. 그 이상 뭘 바랄까. 한글? 영어? 수학? 이제 5살인데? 다 욕심이다. 똥 쌌으면 됐다. 내 딸이지만 참 멋지고 자랑스럽다. 잘 커줘서 고맙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