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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피하고 싶은 선택

입학식을 앞두고

by 윤슬기 Mar 12. 2025

7살 빛이와 자전거 타고 유치원 가는 길.


"빛이야, 너 다음 주면 학교 잖아? 근데 빛이 입학하는 날 하늘이도 유치원 입학식이거든?"

"응, 나도 알아."


"시간이 겹치면 엄마랑 아빠랑 한 사람씩 따로 가야 될 수도 있는데 누가 왔으면 좋겠어?"

"음...... 별이!" (앞으로 종종 등장하겠지만 별이는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셋째다.)


"별이를 누가 데려가?"

"혼자 기어서 오라 그래."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얘길 하는 거 보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문제인가 보다. 엄마와 아빠 모두 왔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너도 피하고 싶은 문제가 있겠지. 사실 이거 아빠에게도 어려운 문제야.'

 

그래서 그 선택을 결국 입학식 당일까지 미뤘다. 그와 함께 이 글을 쓰는 것도 함께 미뤘다. 입학식까지 한 주를 미뤘고, 입학식 이후 한 주가 또 지났다. 그 사이에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간단히 메모는 해뒀지만 '육아의 바쁨'을 방패 삼아 글 쓰는 일은 계속 뒤로 밀렸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글을 잘 정리해야지.'


늘 이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휴대폰이 차 문에 끼어 박살났다. 화면이 안 나오고, 데이터 복원에도 실패했다.


'아, 메모장...' 


휴대폰은 아깝지 않은데, 백업해두지 못한 메모들 때문에 눈물이 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로 인해 지금 이 글을 쓰게 되어 다행이다. '날 잡고 싹 꺼내서 깔끔하게 정리해야지' 생각하지만 늘 그대로인 서랍장처럼, 언젠가 정리하려 했던 그 메모들은 영원히 단어의 조각들, 흩어진 문장들로만 남아 있다가 기억에서 사라졌을지 모르니까.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청취자가 디제이에게 짧은 사연을 보냈다.

"저 원룸 사는데 집이 정리가 안 돼요. 이제 발 디딜 틈도 없어요. 좋은 방법 없을까요?"

디제이의 답변은 간단했다.

"우선 한쪽에서부터 무조건 밀고 나가세요. 가다 보면 정리 됩니다."


나도 우선 밀고 나가기로 했다. 잘 다듬어지지 않아도 일단 쓴다. 어떻게든 시작해야 정리가 된다. 그렇게 오늘, 피하고 싶은 선택을 마주한다. 이 선택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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